평설 금병매 <274> 아무말 말고 날 안아 줘
평설 금병매 <274> 아무말 말고 날 안아 줘
  • <최정주 글>
  • 승인 2005.01.23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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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향의 반란 <30>

‘저 달이 중천에 오면 태국이가 오겠지? 아니, 아버님이 다녀가셨으니, 지금 오라고 할까?’

그런 생각을 하던 옥향이 태국이 놈의 방이 있는 대문 쪽을 흘끔거리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자칫 수상한 낌새를 챈 아버지가 느닷없이 별당에 들이닥쳐 머슴 놈과 얽혀있는 딸의 모습을 본다면 두 사람의 목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태국이 놈은 주인 집 딸을 강간한 죄목으로 관에 끌려가 참수를 당할 것이고, 옥향은 자결을 강요당할 것이었다. 어쩌면 아비가 함께 죽자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내의 살몽둥이가 좋기야하지만, 그걸 떠올리면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피어날만큼 재미있는 놀이개이기는 하지만, 목숨을 걸고 즐겨야할 놀음은 아니었다.

태국이 놈이 기척도 없이 옥향의 방으로 스며든 것은 문을 비추던 달빛이 점점 작아지다가 아예 자지러진 다음이었다. 방안의 불을 끄고 하마하마 기다리면서 가슴을 조이고 있는데 소리없이 문이 열리고 태국이 놈이 들어섰다.

“주무세요? 아씨.”

망설임도 없이 침상으로 다가 온 태국이 놈이 고개를 숙이고 기웃이 들여다 보았다. 낮에 들 일을 하고 멱을 감지 않았는지, 시큼달콤한 사내냄새가 콧 속을 파고 들어왔다. 옥향이 새콤비릿한 냄새를 훅 들이 마시며 두 팔을 뻗어 사내를 와락 끌어당겼다.

“아, 아씨.”

“아무말 말고 날 안아 줘.”

옥향이 태국이 놈의 입술부터 덥쳐가지고 쭉쭉 빨았다.

“아, 아씨. 입술이 찢어지겠습니다요.”

겨우 입술을 떼어 낸 태국이 놈이 불퉁거렸다.

“하루가 너무 길었어. 얼른 안아 줘.”

옥향이 스스로 옷을 벗고, 태국이 놈의 저고리며 바지를 벗겨냈다. 사내를 기다리는 동안 계집의 몸은 충분히 덥혀진 상태였다. 더구나 언제 아버지가 찾아올지 모를 일이었다. 아직도 옥향의 방에 익숙하지 않은 태국이 놈이 자꾸만 뒷걸음을 칠려고 했다. 그런 사내를 침상으로 끌어올려 눕힌 옥향이 스스로 사내를 타고 앉았다. 한번 드나들었던 길이라고 사내의 대물이 옥문 속으로 망설임도 없이 들어섰다.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는 절대로 방사를 해서는 안 돼? 알았지?”

“알겠구만요. 아씨가 정신을 잃기 전에는 이놈도 방사를 참지요. 두 다리를 쭉 뻗음서 발가락을 안으로 꽉 오므리지요. 허면 방사를 조금은 늦출 수가 있구만요.”

“오냐, 알았다. 그리하렴.”

옥향이 쿵덕방아를 찧으며 대꾸했다. 쿵덕쿵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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