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보다 더 중요한 것
호남고속철보다 더 중요한 것
  • 승인 2005.02.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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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석 3분의 2가 넘는 여.야 의원 205명이 호남고속철 조기 착공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해찬 국무총리가 광주에서 호남고속철의 조기 착공이 어렵다고 밝힌 뒤 정부 방침이 더 이상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가기 전에 이를 막기 위한 화급함으로 보인다.

 국회 건의안이 아무리 법적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 할지라도 개헌선의 절대 다수 의원들이 제출한 내용은 정부의 거부 명분 찾기가 쉽지 않을테고 또 특별한 불용납 사유를 갖고 있지 않는 한 국회의사를 존중하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내는 게 원칙이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총리의 호철 조기착공 부정론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경부고속철을 실패한 사업으로 규정한 데 대해 국민이 동의해 줄 것인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대구 고속철 완공과 대구-부산간 기존선을 이용한 임시개통으로 전국의 한 나절권화와 서울-대전간 통근까지 떠들석하게 자랑하고 홍보했던 결과가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에서 결코 간과해서 안될 것은 호남고속철이 아직 노선조차 획정되지 않은 계획 미수립 정책이라는 점이다. 노선도 정하지 않고 전체 공사비도 책정되지 않았는데 조기착공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니와 그 자체 호철을 정부가 계속 미룰 수밖에 없는 이유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행정수도가 위헌판결을 받은 뒤 규모가 크게 줄어든 신행정중심도시로 바뀌어 불확실성과 가변성이 큰데 국회의원들이 조기착공을 부르짖는다면 이는 단순히 정치적인 행보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조기착공이 어렵다고 우선 걱정을 띄우고 정치권은 ‘빨리 하라’고 생색을 내는 이상한 형국이 되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서럽기도 우스꽝스럽기도 한 모습이거니와 호남선 복선화가 30년의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동안 선거때만 되면 이를 빨리 하자고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던 사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렇게 우려먹는 대상이 되면 그 운명은 뻔하다. 공사를 지연하고 늦게 할수록 우러나는 뼉다귀 맛이 더 짙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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