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강산
팔도강산
  • 승인 2005.02.0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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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중반, 우리 모두 가난하게 살던 때다. 그 무렵 세상을 풍미하던 영화가 "팔도강산"이다. 팔도에 사는 아들, 딸의 시린 가슴을 따뜻한 품안에 감쌌던 영화다. 지금은 80을 넘긴 하얀 백발의 황정순 할머니가 어머니역을 맡았고 이미 고인이 된 김희갑 선생이 아버지역을 맡았다. 궁핍한 시절을 살아가던 관객들은 뭉클한 가족 이야기에 모두 울고 웃었던 영화다.

 ▼그 팔도강산이 오늘부터 뮤지컬로 각색되어 서울 리틀엔젤스 예술회관 무대에 오른다. 원작에서 남편(김희갑)과 함께 전국의 자녀들 집을 순례하며 훈훈한 가족드라마를 빚었던 황정순은 우리들의 영원한 어머니상을 그렇게도 멋지게 연기했다. 상대역 김희갑도 그 특유한 코미디 터치로 구수한 유머를 종횡무진 구사,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그 시절 우리들 애환의 한토막이다.

 ▼영화에서 이들 부모들은 못사는 자식에게 더 큰 사랑과 애착을 갖는다. 가난한 딸이 모처럼 오신 아버님께 드릴 막걸리가 모자라 물을 타서 올린다. 아버지가 첫입에 알아차리고도 짐짓 "어, 막걸리 맛 참 좋다’며 딸을 다독이자 딸이 부엌에 들어가 앞치마에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 관객들 모두가 울었다. 우리의 서민사가 녹녹히 적셔졌던 한대목이다.

 ▼이번의 팔도강산 뮤지컬에서는 황정순 할머니가 주인공의 어머니 역할을 맡는다 한다. 이로써 황정순 연기생활 60년을 결산하는 그녀는 아직도 무대에 오를때 마다 소녀의 가슴처럼 설렌다고 어느 TV에서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 무대가 있는 한 배우는 영원하듯이 비록 황정순 그이는 늙었지만 배우 황정순은 영원하다.

 ▼이번 공연되는 뮤지컬 팔도강산은 자식들의 일을 사랑으로 해결해주는 부모의 따사로운 이야기를 새롭게 단장했다고 한다. 영화 팔도강산이 부모 자식간의 긴한 이야기를 사랑으로 푸근히 감쌓던 것과 별로 다를게 없다. 눈에 넣어도 아푸지않은 자식,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우리들 어머니들의 모성애를 뮤지컬 팔도강산이 어떻게 보여줄지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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