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 상상력
수학적 상상력
  • 승인 2005.02.1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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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휘력이 풍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풍부한 상상력과 미적 감각이 있을 지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지성이 없다면 시를 쓸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학 실력은 단순히 계산력이나 공식의 암기로 다져지는 것이 아니다. 시인 못지않은 상상력과 사물을 조화롭게 보는 심미안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다녀간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사무당국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약점은 창조력을 무시하는 교육에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교육의 맹점을 지적한 단순한 예에 불과하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부터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일이요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첩경인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초. 중등교육에서의 성취도는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의 성취도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그 이유를 흔히 ‘놀고먹고 대학생’의 습관으로 치부하지만 대학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필자의 눈으로 보면 꼭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창조력의 원천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질까? 그것을 훈련시키는 가장 훌륭한 도구는 과연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세계의 모든 학자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학적 상상력이야말로 모든 학문의 기초요, 창조력의 원천이 수학에 있으나 학생은 물론 수학 교육의 현장에서도 이 점이 거의 무시되어 왔으며, 수학 기피증 환자만을 대량으로 생산해 왔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 시절에 접하게 된 참신한 지적 충격이 평생을 지배하고 있으며, 어린 시절에 읽던 책은 무한대 무한소 소수 등에 관해 상당한 수준의 이들 문제는 지금도 수학의 제일선에서 다루어지는 문제이면서도 사고의 기본에 관한 것이므로 순박한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충분하다.

 현대 수학의 난제들을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한 독서는 우리의 수학 시험 문화를 고치는 데에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학문에서 확실한 기초를 세우려 하면, 적어도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것은 모두 의심해 보아야 하는데, 세계의 모든 것의 존재를 의심스러운 것으로 치더라도 이런 생각, 즉 의심을 하는 자신의 존재만은 의심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근본원리가 확립되어, 이 확실성에서 세계에 관한 모든 인식이 유도된다. 의심하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에서 무한히 완전한 존재자의 관념이 결과할 리가 없다는 데서 신의 존재가 증명되고, 신의 성실이라는 것을 매개로 하여 물체의 존재도 증명된다.

 더욱이 정신은 사고하는 것만으로, 다시 말하면 신체 없이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심신의 실재적 구별도 확정된다. 이리하여 정신과 물체가 서로 독립된 실체로 세워지고 이 물심이원론에 의해 기계론적 자연관의 입장의 기초가 마련된다. 그러나 인간에게서 심신결합의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도덕의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에, 이 물심분리와 심신결합의 모순 조정에 데카르트 이후 형이상학의 주요한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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