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전북
막힌 전북
  • 승인 2005.02.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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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힌 전북’은 지리적으로 주위가 감옥처럼 빙 둘러싸여 꼭 막힌 모양이다. 남쪽은 노령산맥과 갈재, 서쪽은 바다, 동쪽은 소백산맥, 북쪽은 금강과 대둔-금산 산맥으로 어느 한 곳 빼꼼한 곳이 없다. 남쪽의 남원 아래 구례쪽과 북쪽의 익산 망성쪽이 전남과 충남으로 각각 터져 있을 뿐이다.

 지리적으로 닫혀있는 꼴은 자고로 그 성향이 보수적이고 외부 침입으로부터 방어조건이 뛰어나 자연적 수도나 자립경제 형태의 구도나 정서,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 안에서 서부지역은 평야가 넓어 정착농업이 발달하고 상대적으로 동부지역은 산악지대로서 약초나 임산물의 생산에 성가가 있다.

 그러나 갇혀 있는 곳이 외부를 공격적으로 접촉하게 되면 주변을 복속하여 문물을 끌어들이는 정복력과 흡인력이 발휘된다. 반면에 수동적이 되면 외부의 진취 대상이 되어 오그라들고 수탈당하는 위축된 형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서동요의 백제 무왕과 견훤의 후백제는 뻗쳐가는 상징일까, 쭈그러드는 형상일까.

 부안의 방폐장 반대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우리가 싫다는데 무슨 잔말이냐’는 배타적 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기 전에는 그러한 ‘막무가내성 고집’은 설득당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설상가상으로 방사선 물질이 들어오면 전국적 명소인 곰소의 새우젓, 격포, 변산 앞바다의 해물들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한다는 현실적 이해가 받치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를 연해 새 개펄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도 눈에 뵈지 않는다. 해수유통을 하고 만경강 수계보다 동진강 수계에 일부 간척지를 만들자는 장난이 오가더니 이제 광주의 군용기 공항이 이전한다는 얘기가 국방부와 광주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지역 농락도 뭉개면 된다.

 일찌기 땅은 갇힌 형국이어도 사람들은 깨어 있는 편이었는데, 그마저 꽉 막혀 방폐장 결사반대 같은 일이나 벌어지면 앞날의 싹이 노랄 수밖에 없다. 군용기공항이라도 죽기살기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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