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보다는 ‘좋은 가정’을…
‘좋은 집’보다는 ‘좋은 가정’을…
  • 태조로
  • 승인 2005.03.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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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후보지의 인접 지역에는 정부의 강력한 투기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건물과 토지 가격이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지역에 투기를 하여 프리미엄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열기를 누그러뜨리기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역부족인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국내 대 기업 중 몇몇은 주식보다 부동산 보유액이 더 많기도 하고 국내 금융과 경제에 불안을 느낀 일부 기업 중에는 외국 바이어들을 이용해서 불법으로 홍콩의 은행에 비자금을 유치하거나 부동산 매입에 열을 올리기도 한단다. 요즈음 공직자 재산 변동 신고와 함께 많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편법을 동원하여 재산 증식을 일삼은 내용들이 신문지상과 메스컴을 통하여 연일 발표되고 있다.

 이렇게 개인이나 기업 할 것 없이 모두 부동산 투자나 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현실을 지켜보는 우리네 서민들은 또 다른 마음의 가난을 안고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이 모든 현상은 우리 경제나 사회의 불안정 혹은 개개인의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한 지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들 좋은 집이나 아파트를 사고 싶어 안달이다. 아직도 자기 명의로 된 집이나 아파트가 없는 무주택자(無住宅者)들에게는 집을 하나 장만한다는 것이 평생소원이 되기도 한다. 비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집 한 채만 있어도 감지덕지(感之德之)겠지만, 자기가 꿈꾸어 오던 ‘좋은집’을 가질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이미 주택을 보유하여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더 좋은집’을 갖겠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고, 또 ‘부동산 불패신화’를 잠재우기 위한 각종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정작 집이 꼭 필요한 사람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는 점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해서 평생 돈을 모아 봐야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우려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어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서민들로서는 엄두도 못 낼 화려하고 좋은 집을 소유한 사람들의 가정이 화목하지 못한 나머지 그 부부가 파경에 이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위 ‘좋은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집도 없이 힘들게 사는 사람들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뒤엎은 채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행운아로 많은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평생을 오직 유아교육에 헌신하며 외길인생으로 딴에는 열심히 살아온 나 역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돈 걱정 하지 않고 살날이 언제나 오려나 하고 한숨을 쉴 때가 적지 않으며 때로는 땅 투기며 아파트 팔고 사고 등으로 차액을 챙겨 쉽게 쉽게 번돈으로 호의호식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순간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곧장 바로 그 생각 자체를 많이 부끄러워하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또 한편 유심히 살펴보면, 이 세상에는 돈 걱정 없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계 재벌 상위 랭킹에 속하는 대기업의 최대주주나 CEO 라고해서 돈 걱정을 아예 안 하는 게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은 복합 주상건물, 아파트, 개인 주택, 오피스텔 등을 분양 받거나 사서 최고급 인테리어와 최신 가전제품으로 궁전 못지않게 화려하고 사치스럽게 꾸며 놓아도, 그 집 주인 부부의 금실이 좋지 않으면 ‘좋은집’으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못할 위기에 처할 경우가 많아진다. 찢어지게 가난해도 부부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두메산골의 “좋은 가정”이 대도시의 “좋은집”보다 훨씬 더 값진 것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좋은집”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지만 “좋은 가정”은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한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쉽게 살수 없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가 정책도 좋은가정 만들기에 우선하는 사회분위기로 하루빨리 성숙시켜 나가주는데 주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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