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VS 반복
개혁 VS 반복
  • 승인 2005.03.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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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 껍질을 바꿀 만큼의 변화인 개혁과 정 반대의 의미를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타성에 젖어 늘 고여있음으로 해서 사고방식에 퀘퀘묵은 냄새가 나고 그로 인해 앉은 자리에서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지는 현상쯤이 돼야 개혁과 대척점에 설 수 있을 만한 자격이 될 성 싶다.

 대강 ‘고루’나 그 언저리쯤의 언어들일 게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선상의 반대어를 개혁이라고 한다면 항상 활기차고, 뭔가 새로움으로 가득차 있으면서, 뻘건 피가 샘솟듯이 콸콸 쏟아나오는 역동적인 모습을 가져야 개혁의 이미지를 보여 준다고 할 것이다. 그만큼 개혁은 생명력이 넘치는 연비어약의 싱싱함에 본질이 있다.

 그런데 4대 개혁법을 다룬다는 개혁국회의 행보에는 신선한 인상이나 산뜻한 행보보다 지루하게 되풀이되는 ‘고루’의 반복이 낡은 영상을 천천히 돌리는 슬로비디오처럼 펼쳐지고 있다. 되풀이되는 과거의 행태를 판으로 다시 주조해내듯이 그렇게 닮은꼴의 재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야당이 과거 여당시절의 향수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한 것같다거나 여전히 여당 흉내내기를 연출하는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장면,장면은 우리를 어지간히만 당혹스럽게 하지 않는다. 국회의 행정도시법 통과에 반대하여 사표를 낸 정책위의장에게 분위기를 잡아 사표를 반려시키도록 하겠다든지, 과거식으로 적당히 사표처리를 미루면서 감정을 죽이는 시간을 갖게 되면 자연히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야당의 분위기가 참으로 면구스러울 정도로 멀지 않은 어느 시절의 상습적 상황을 재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을 표방하는 맨 윗자리에 육중하게 버티고 있는 불변의 과거, 보다 적나라한 ‘고루’의 망령이 너무도 망칙하다. 판에 박힌 사고의 재판이나 처리방식의 재탕이 오늘의 야당 상징이라면 그들은 현실 인식의 게으름과 나태를 떠나 과거에 의지하려고 하는 철없는 어린아이 수준의 인상밖에 국민에 줄 게 없는 것이다.

 절레절레 흔드는 국민의 고갯짓이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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