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광장서 교황 장례식 엄수
성 베드로 광장서 교황 장례식 엄수
  • 승인 2005.04.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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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이 세계각국의 정치ㆍ종교 지도자들과 신도들이 참석하고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8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교황 선종 엿새 만에 열린 장례식은 성 베드로 성당 안에 안치된 교황의 시신이성당 밖 제단으로 운구된 뒤 장례미사, 하관식, 안장 순으로 장엄하게 거행됐다.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의 대표 집전으로 열린 장례미사에서는 설교, 대륙별 대표들의 예물 봉헌으로 시작된 성찬의 전례, 성체를 받아 모신다는 의미의 영성체 의식이 진행됐다.

십자가와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M'자가 새겨진 교황의 소박한 목관이 성 베드로 성당에서 카펫이 깔린 광장 제단으로 운구되자 추모객들이 박수를 보냈다.

바티칸 시스티나 합창단이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라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는 가운데 고위 성직자들은 관 위에 복음서 한 권을 내려놨다. 바람이 불어 추기경들의 붉은 제의 자락과 복음서 페이지를 날리는 가운데 흰 주교관을 쓴 추기경들은 광장으로 행진했다.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교황이 나치 점령기 폴란드에서 공장 노동자로 일했던시절부터 전세계 1억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으로 마감한 최후의 순간까지 교황 생애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친애하는 고(故) 교황'이라고 지칭했다.

10여 차례의 박수로 간간이 강론을 중단하기도 한 라칭거 추기경은 교황이 부활절 일요일에 마지막으로 거처 창문으로 신도들에게 축복을 내린 일을 회고하며 목이메여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그는 교황이 "마지막까지 성직자의 자세를 보였다"면서 "특히 마지막 몇 달 동안은 고통 속에서도 신과 신도들을 위해 헌신했다"고 칭송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신은 3중관에 입관돼 본인의 유언에 따라 성 베드로 성당지하의 땅 속에 내려져 고국 폴란드에서 공수된 흙으로 덮인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당초 요한 23세(1881~1963년)의 관이 있던 자리 땅 위에 안치될 예정이었으나 "땅 속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유언에 따랐다.

이날 장례식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모하마드하타미 이란 대통령,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 등 전세계 100여개국의 국가원수및 고위 인사들, 다른 종교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해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교향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수환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인 최창무 대주교와 총무인 장익주교, 그리고 이해찬 국무총리가 이끄는 민관 조문단이 참석했다.

장례식장 정면 왼쪽에는 추기경단과 주교단 등 각국 성직자 600여명, 오른쪽엔이탈리아 정부 지도자들과 100여개국 국가원수 및 고위 인사 1천400여명, 정면 아래쪽에는 각국 조문단 대표들이 자리했다.

광장에서 테베레강 쪽으로 뻗어있는 콘칠리아치오네 대로와 주변 도로들에는 전세계에서 몰려든 가톨릭 신도와 로마 시민들이 운집했다.

성당과 광장 등 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도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현장 중계를 지켜봤다.

이날 장례식을 보기 위해 교황의 고국 폴란드에서 200만명 등 전세계에서 최고400여만명이 몰려든 것으로 추산돼 인구 270만명의 로마 시내는 큰 혼잡을 빚었다.

당국은 원활한 장례 진행을 위해 오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중교통수단을 제외한 일반 승용차와 트럭의 로마 시내 통행을 금지하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했다.

이탈리아 군경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8㎞ 반경 로마 상공에 비행금지 구역을설정했으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대공 미사일, 저격수, 폭발물 탐지팀을 동원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또 바티칸 앞을 흐르는 테베레 강에는 해군 순찰 경비정이 배치되는 등 육.해.

공 합동 보안 작전이 펼쳐졌다.

당국은 이날 8천여명의 보안 요원을 장례식장 주변에 배치했고 사복경찰 2천여명이 동원해 성 베드로 성당 안팎에서 암행 순찰 활동을 벌였다.

장례식 뒤 후임 교황 선출권이 있는 80세 이하 추기경단 117명은 18일 오전 미사를 봉헌한 뒤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비밀회의인 콘클라베를 시작, 첫 투표에 들어간다.

추기경단은 교황이 선출될 경우 성당 굴뚝으로 흰 연기를 피워 올리는 전통적인방식 외에 종도 함께 울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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