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40> 부인이 너무 아름다워서
평설 금병매 <340> 부인이 너무 아름다워서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13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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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9>

서문경의 속셈을 눈치 챈 응백작이 화짜허가 취했다는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자, 화형이 오랜만에 애인을 만나셨으니, 회포를 풀으시라고 우린 이쯤에서 일어 섭시다. 술도 실컷 마셨고, 좋은 노래와 춤으로 눈과 귀도 즐거웠으니, 오늘 화형의 생신잔치는 호사스러웠소이다.”

속으로 은근히 기다리던 서문경도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언제 내 집 후원에서 술판이나 한번 벌입시다. 오늘의 고마움도 갚을겸요.”

“좋지요, 좋아.”

화자허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밖으로 나온 서문경이 계저를 기다리고 있는데 손님이 돌아가는 기척에 화자허의 부인 이병아가 얼굴을 내밀었다.

“벌써 가십니까? 아직 술이 많이 남았는데요.”

“즐겁게 마셨습니다, 부인.”

서문경이 이병아를 올려다 보았다. 정숙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이병아였다. 언젠가 연못가 모정에서 담너머로 잠깐 보기는 했지만, 등촉 아래에서 다시 보니 막 피어난 모란인 듯 아름다웠다. 서문경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허,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화형의 부인이 진짜 미인이었구나. 화자허같은 바람둥이한테 저런 미인 부인이 있었다니.’

이병아를 바라보는 서문경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아무리 정숙하기로 소문이 난 이병아일망정 서문경의 속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어머나, 제 얼굴에 머가 묻었나요?”

“아, 아닙니다. 부인이 너무 아름다워서 제가 정신을 깜박했나 봅니다. 화형도 참, 이런 미인을 두고도 바람을 피우다니, 너무하는군요.”

“호호호, 서문대인은 우리집 양반보다 더 하시던걸요. 첩을 다섯이나 두고 살지 않아요.”

“다섯이면 뭐합니까? 부인 하나만도 못한걸요.”

“호호호, 정말이세요? 내일이라도 제가 댁의 부인들한테 이를거에요.”

“하이고, 그러지 마십시오. 다섯이 덤벼들어 꼬집으면 제 살이 남아나지를 않을 겁니다.”

“좋으시겠어요. 부인을 다섯이나 잘 입히고 먹일 수 있는 것도 큰 자랑이지요. 아무나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병아가 말 끝에 한숨을 매달았다. 하긴, 명색이 학자이면서 글 읽는 것 보다 주색잡기에 열심인 화자허였다. 부모한테 물려받은 재산이 있다고는 해도 특별한 축재의 수단이 없으니, 갈수록 재물은 줄어들고 있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화자허가 형제들에게 나누어줘야할 재물을 혼자 독차지를 해버린 통에 유산을 가지고 형제들간에 티겨태격 싸움이 잦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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