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41> 하늘같은 남편인 것을
평설 금병매 <341> 하늘같은 남편인 것을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14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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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10>

 그런데 그 재물조차도 얼마 안 되었던 모양이었다. 청루에서도 화자허는 꽃탐만 많을 뿐, 꽃값에는 인색하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어떤 기생은 꽃값을 선불로 주어야만 꽃잎을 열어준다고도 했다. 그런 화자허가 진수성찬으로 건달친구들을 초청하여 생신 잔치를 벌이는 자리에까지 초청한 것을 보면 청루에서 사귄 기생들 가운데 오은아를 특별히 아끼는 것이 분명했다.

“부인은 참 대단하십니다. 첩도 아닌 남편의 기생 애인이 와도 다 이해하시고 술상을 걸게 차려내신 것을 보면요.”

“하늘같은 남편인 것을 어찌합니까?”

이병아의 하늘같은 남편이라는 말에 서문경이 이내 실망의 눈빛을 보였다. 남편을 하늘같이 여기고 있는 여자라면 다른 사내한테 눈길을 돌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겨우 얼굴 정도 익힌 사이인 서문경한테 곰살맞게 말대꾸를 하는 것도 그렇고, 얼핏얼핏 스치는 이병아의 눈빛에서 서문경은 사내한테 굶은 계집의 은근한 색탐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손만 내밀면 잡힐 것같은 가까운 거리에서 생글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 낚시나 한번 던져볼까? 물면 좋은 일이고 안 물어도 손해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서문경이 이병아를 꼬드길 궁리를 하고 있는데, 계저가 다가와 팔장을 끼었다.

“가요, 아저씨.”

“내가 불쑥 찾아가도 되겠느냐? 어머니께 실례가 될 것 같은데.”

“괜찮아요. 계경이 언니한테 사람을 보내어 아저씨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했어요.”

“준비는 무슨, 번거로울텐데.”

“그래도 어디 그러나요? 부자 아저씨가 가난한 저희집에 오신다는데 준비가 없을 수가 없지요.”

계저가 생글거렸다. 그 모습이 큼지막한 고기를 낚아놓은 어부처럼 신이나는 표정이었다.

‘허허, 이것 은자깨나 날아가겠구나. 몸은 비록 얻을지 모르겠으나 저 욕심을 다 채워주려면 재물깨나 날려야겠구나. 하긴, 그런들 어떤가? 재물이란 이럴 때 쓰자고 모으는 것이 아닌가?’

서문경이 중얼거거리며 옆에서 다소곳이 걷고 있는 계저의 가슴을 팔꿈치로 지긋이 눌렀다. 이런 미인과 하룻밤이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재물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다섯 개의 약방에서 하루에 수천금씩이 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설마 기생질로 길이 난 계집은 아니겠지? 정말 그런다면 한 푼도 주지 말아야지. 서문경이 단단히 작정하고 기생촌에 있는 계저의 집으로 갔다.

“어서 오세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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