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42> 찰싹 달라붙어 앉으며
평설 금병매 <342> 찰싹 달라붙어 앉으며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15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11>

예쁘게 단장한 계경이 홍등이 휘황한 대문 밖까지 나와 맞이했다.

“이것 졸지에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군.”

“실례라니요? 계저의 연락을 받고 청소를 해놓고 기다렸답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게 아니라 병자가 있다는 말과는 달리 집안은 깨끗했고, 병자의 냄새를 없애려 피워놓은 향이 은은했다.

“가난한 살림이라 준비한 것은 변변치 않습니다만, 정성만은 다했답니다.”

계경이 안내한 방으로 들어가자 조촐한 술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머니께 인사부터 드려야겠는 걸.”

“그러실 것 없어요. 어머님은 중풍으로 누워계시는데, 누가 와도 모른답니다. 그냥 마음 편히 술이나 드십시오.”

“이것 사람의 도리가 아닌 걸.”

서문경이 술상 앞에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방 한 쪽에 비단금침이 깔려 있었다.

“술상이 너무 초라하지요?”

계저가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어 앉으며 주전자를 들었다.

“화형네 집에서 기름진 고기는 많이 먹었지 않느냐? 나물 한 접시면 어떻느냐? 아참, 나야 상관없지만 너희들을 위해서라도 맛있는 음식을 주문해야겠구나. 계경아 네가 청루에 가서 맛있고 기름진 요리를 몇 가지 배달해달라고 하거라.”

서문경이 은자 한 냥을 전대에서 꺼내어 주었다.

“이렇게 신세를 져서 어떡하지요? 하면 제가 알아서 요리 두어 가지를 주문하겠습니다.”

계경이 응당 받아야 할 돈은 받는다는 표정이면서 말은 그렇게 했다.

“오냐, 그러거라. 너도 들어오너라. 같이 한 잔 하자꾸나.”

“예, 아저씨. 덕분에 제 목구멍이 호강을 하겠습니다.”

계경이 잠깐 나갔다가 이내 들어 와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서문경은 계저하고 단 둘이만 있고 싶었으나 그렇다고 계경이를 나가라고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일찍 취하게 만들 속셈으로 서문경이 계경에게 먼저 술잔을 권했다. 가난한 살림에 겨우겨우 마련한 술이라서 값싼 고량주였다.

고량주 한 잔을 맛있게 마시고 난 계경이 말했다.

“진즉부터 아저씨를 저희집에 모시고 싶었습니다.”

“고마운 말이구나. 내가 무심했느니라. 너희같은 조카가 있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미처 챙기지를 못했구나.”

“워낙 바쁘신 분이 저희까지 챙길 틈이 어딨어요. 사실은 교아 아주머니의 친 조카도 아닌 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