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례(婚姻禮)와 주례(主禮)
혼인례(婚姻禮)와 주례(主禮)
  • 승인 2005.04.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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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일컬어지던 곳이고 우리 민족은 예절 바른 민족으로 널리 알려진 민족이다. 예(禮)는 사람이 스스로 바르게 하려는 마음과 어질고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려는데 반드시 따라야 할 절대적인 규범이다. 물질문명의 발달만큼이나 정신문화의 발달도 중요하다는 것을 어느때보다 절실히 실감하는 이때, 옛 조상들이 남긴 우리 고유의 예절을 잘 알고 또한 현대 감각에 맞게 실천·계승해 나가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새 봄을 맞이해 혼인 가족이 많은 때에 혼례 문화를 몇 가지 알아보고자 한다.

 혼례란 젊은 두 남녀가 하나로 결합해 새로운 가정을 꾸려 나가는 인륜의 대사를 뜻한다. 그리하여 남녀 간에 육체적·정신적 결합을 일정한 의식을 행함으로써 널리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혼인을 일러 ‘인륜 도덕의 시발이며 만복의 근원’이라 하였다.

 옛날에는 남자와 여자가 짝을 지어 부부가 되는 일은 양(陽)과 음(陰)이 만나는 것이므로 그 의식의 시간도 양인 낮고 음인 밤이 만나는 날이 저무는 시간에 거행했기 때문에 날 저물 혼(婚)자를 써서 혼례라 했다. 남녀가 만나서 부부가 되는 것을 혼인이라고 하는데 혼(婚)은 남자가 장가든다는 뜻이고, 인(姻)은 여자가 시집간다는 뜻이므로 혼인은 남자가 장가들고 여자가 시집간다는 뜻이다.

 결혼(結婚)은 남자가 장가든다는 뜻만 있어서 남존여비 사회에서 쓰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혼이란 말을 쓰지 말고 혼인이라 말해야 바른 것이다.

 혼인 식장에서는 주례(主禮)석이 상석이 되고 북쪽이다. 그러므로 주례의 좌측은 동쪽이며 양(陽)의 방위이니 신랑의 위치이고 주례의 우측은 서쪽이며 음(陰)의 방위이니 신부의 위치가 된다. 따라서 남좌여우(男左女右)와 남동여서(男東女西)는 예절 방위의 기본이므로 앞으로 유념하여 현재 잘못하는 위치와 좌석을 고쳐나가야 한다.

 혼인의 정신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삼서정신(三誓精神)과 평등정신(平等精神)이며 혼인례식에서 반드시 구현되어야 한다. 삼서정신은 첫째 자기를 존재하게 하신 조상과 부모에게 서약하며 둘째, 초능력자이며 양과 음의 기본인 천지신명(天地神明)에게 서약하고 셋째, 서로 부부가 되는 배우자에게 서약하는 것이다. 평등정신은 혼인이란 남자와 여자가 몸을 합하는 데에 참뜻이 있다고 하여 남녀가 몸을 합해 부부가 되면 남편의 높으면 아내와 높고, 남편이 낮으면 아내도 낮다고 하였다. 혼인하기 전에는 신분이나 나이에 차별이 있더라도 부부가 되면 평등한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는 서로 항시 존댓말을 쓰고 절을 하여야 한다.

 우리가 혼인 하는 것을 ‘육례(六禮)를 갖춘다’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육례에는 납채, 문명, 납길, 납징, 청기, 친영의 혼인절차가 있다. 혼인은 얻기만 하는 여러 가지 즐거움과 혜택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지켜 나가야 할 의무와 책임도 따르는 것이다.

 혼인은 인륜지대사이므로 엄숙하고 신성하게 할 혼인식이 지극히 형식적이고 소란 속에서 시간에 얽매여 단 몇 분만에 성혼 선언문이 낭독되고 무의미한 의식행사로 끝마치는 현상은 없어야 되겠다. 혼인예식의 집례자인 주례는 성스러운 혼인예식을 잘 주관하고 새 삶의 신혼부부에게 새 생활의 지표를 제시하며 인생의 선배로서 부부생활을 도모함에 좌우명이 되도록 선구자의 역할을 잘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전통예절과 미풍양속, 그리고 충효사상을 고취시켜 효친화목을 실천할 수 있도록 덕담과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어서 평생토록 기억하며 인생의 등불로 삼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혼인은 인륜지대사인 만큼 선남 선녀가 만나 부부로서 법적으로 보장을 받고 사회적으로 보호를 받으며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을 약속하는 첫걸음이므로 엄숙하고 신성하게 예법에 따라서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겠다.

서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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