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49> 사내가 못견디게 그리울 때
평설 금병매 <349> 사내가 못견디게 그리울 때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24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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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18>

“허나 대를 잇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나중에 제사를 지내줄 자식은 있어야할 것이 아니더냐.”

“죽은 다음에 제사를 지내는지 안 지내는지 어찌 알아요.”

“하긴 그렇구나. 죽은 다음의 일을 누가 안단 말이더냐? 살았을 때에 재미도 보고 맛 있는 음식도 먹고, 그렇게 살아야지.”

“맞아요. 전 그렇게 살거예요. 돈 많이 벌면 하녀도 여러명 두고 편하고 행복하게 살거예요. 청루는 꼭 내어주시는거죠?”

“청루?”

“약속 했잖아요? 계약서를 썼잖아요.”

“그걸 꼭 해야할 필요가 있겠느냐? 내가 매월 생활비를 대어주면 안 되겠느냐?”

“전 상관없지만 언니가 반대할 걸요.”

“네가 당사자니라. 네 뜻이 중요해. 네가 청루는 싫다고 하면 안 내도 되는거야. 너도 생각해 보거라. 청루를 내고 장사를 하다보면 기생도 있어야하고, 찬모도 몇 명이 있어야하고, 심부름할 머슴들도 있어야하고, 신경을 쓸 일이 오죽이나 많으냐? 손님이 없으면 그것도 속상할 일이고. 내가 매월 은자 열냥씩을 줄테니까, 청루는 포기를 하거라.”

서문경의 말에 계저가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

“아저씨, 혹시 제가 숫처녀가 아니라고 의심을 하시는 것이 아녜요? 그래서 청루도 안 내주실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구요?”

“솔직히 그것도 믿지를 못하겠구나. 너한테서는 도무지 숫처녀티가 안 나는구나. 숫처녀의 처녀막은 사내의 양물이 아니면 뚫을 수가 없거든.”

“양물이요?”

“살아서 네 안에 들어갔다 죽어가지고 나온 그놈 말이니라.”

“그 비슷한 걸로는 뚫을 수가 있겠지요?”

“비슷한 것이라니?”

서문경의 물음에 계저가 장롱 서랍에서 사내의 양물처럼 생긴 것을 가지고 나왔다. 나무로 그럴듯하게 깎은 다음에 부드러운 가죽을 입혔는데, 얼마나 사용했는지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걸로 가끔 장난을 쳤었거든요.”

“네가 어찌 그걸 간직하고 있느냐? 청루의 기생 가운데 그런 것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들어보았다만,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은 또 뜻밖이구나.”

“아는 언니가 주었어요. 사내가 못견디게 그리울 때 이걸 사용하면 반분은 풀어진다구요. 아니, 병약한 사내보다 낫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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