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50> 요염한 눈빛으로 웃었다
평설 금병매 <350> 요염한 눈빛으로 웃었다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25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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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19>

“그래, 그걸로 하니까 기분이 좋더냐? 구름을 탄 듯 황홀하더냐?”

“그럴 때도 있고요, 안 그럴 때도 있었고요. 어떨 때는 이걸로 장난을 치다보면 그런 제가 우스워서 그만두기도 했구요.”

“네가 숫처녀이면서 숫처녀가 아닌 이유를 이제야 알겠구나. 범인은 그놈이었구나. 허나 앞으로는 그걸 사용하지 말거라. 내가 그놈을 대신해 줄것이니라.”

“아저씨가 그래주시기만 한다면 저도 구태여 이걸 사용할 까닭이 없지요. 아저씨 것은 따뜻하지만, 이것은 차겁잖아요.”

계저가 요염한 눈빛으로 웃었다. 또 서문경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집에 있는 본부인 월랑이나 다섯이나 되는 첩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무엇보다 계저가 명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가막히게 좋았다. 그 명기가 한번 소문이 나면 이놈 저놈 청아현 사내들이 다 덤벼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좋은 명기를 혼자 차지하기 위해서는 계저가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는 것이 상책이었다. 다른 사내를 넘 볼 틈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다음날 서문경은 집사를 계저의 집으로 불러들여 청루를 사들일 돈을 마련하라 일러놓고 계저의 치마폭 속에 파묻혀 살았다. 약방이야 원래 따로 사람을 두어 관리하게 했지만,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자 서문경의 집에서 난리가 났다. 이레가 지나고 열흘이 지나도 서문경이 돌아오지 않자 월랑이 머슴을 보내 불렀으나 서문경은 꿈쩍도 않았다. 날마다 보내도 늘 혼자서 돌아오는 머슴 때문에 반금련은 화가 치밀대로 치밀었다. 워낙 바람둥이라서 그럴듯한 계집을 만나 또 바람을 피우는 구나, 했는데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안 돌아오자 안절부절을 못했다. 더구나 그 계집한테 사자가에서도 가장 좋은 청루를 차려준다고 하지 않은가?

이를 부득부득 갈던 반금련이 지필묵을 꺼내어 편지를 한 통 썼다. 해가 지도록 문밖에서 님을 기다렸지만, 정다운 님이 오지 않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내용을 구구절절이 써서 보냈으나, 머슴 추국이 놈은 혼자 돌아왔다.

“내 서찰을 보고도 안 오시더란 말이더냐? 뭐라 말씀하시더냐?”

“그냥 친구분들과 웃기만하시던걸요. 친구분의 말씀이 주인 어른이 집으로 오시고 싶어도 계저라는 여자가 옷과 신발을 감추어놓고 안 내주는 바람에 못 오신다구요.”

“머야? 그 쳐죽일 년을 내가 어떻게 족쳐야 속이 후련해지지?”

반금련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월랑을 찾아갔다. 마침 손설아며 이교아가 월랑과 함께 있었다.

“형님, 주인 어른이 오시려고 해도 그 불여우같은 년이 옷과 신발을 감추어 놓고 안 내놓는 통에 못 오신다지 멉니까? 그년을 어떻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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