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51> 네가 바람을 피우면
평설 금병매 <351> 네가 바람을 피우면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26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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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20>

반금련이 눈을 하얗게 까뒤집으며 입으로는 게거품을 흘렸다.

“그러게 말일세. 우리야 상관없지만 자네가 마음고생이 많겠군.”

“이것이 어찌 저 혼자만 안 된 일입니까? 형님들은 소문도 못 들으셨습니까? 주인 어른이 그 요망한 계집한테 사자가에서 제일 큰 청루를 차려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러다가 우리집 재산을 그년한테 다 빼앗기고 우린 알거지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들 어쩌겠는가? 설마 우리를 알거지로야 만들겠는가? 주인 어른의 재산이 수만금인데, 아무리 그 계집의 치마폭이 넓은들 수만금이야 먹겠는가?”

“형님들, 우리가 가서 주인 어른을 모시고 오십시다. 그 계집년을 혼구멍을 내주고 주인 어른을 모시고 오십시다.”

반금련이 금방이라도 계저의 집으로 달려갈 듯 설쳤으나, 손설아나 이교아는 태평스러웠다.

“만약 그랬다가는 우리 모두 쫓겨나고 말 걸.”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만 합니까?”

“기다리는 수 밖에 별 수가 없네.”

손설아의 말에 펄쩍펄쩍 뛰다가 반금련이 아무리 얘기를 해봐야 별 도움이 안되겠다고 믿고 방을 나왔다.

“주인 어른이 오신들 또 저 불여우같은 금련의 품에서만 살 것인데, 오시면 어떻고 안 오시면 어떻습니까?”

방에서 이교아의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흐, 안 오면 누가 겁낼 줄 알고? 네가 바람을 피우면 나도 바람을 피우면 그만이지. 세상에 쌨고 쌨는 것이 사내인걸 머.’

반금련이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이를 득득갈며 제 별채로 돌아오고 있는데 다섯 번째 첩 맹옥루가 데리고 온 금동이라는 머슴이 화원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

“얘야, 꽃이 참 이쁘구나. 네가 꽃을 가꾸는 재주가 많구나.”

평소에는 아는체도 않던 반금련이 입가에 웃음까지 띠고 말하자 금동이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할 얘기가 있는데 이따가 밤에 화원으로 나올 수가 있겠느냐?”

“나올 수야 있습죠만 무슨 일이지요?”

“이놈아, 상전이 부르면 오는 것이지, 일은 무슨 일? 아무한테도 내가 부르더란 말은 하지 말고 살며시 나오거라. 알겠느냐?”

애꿎은 금동이한테 화를 내고 제 방으로 돌아 온 반금련이 다탁에 술병을 꺼내다 놓고 홀짝홀짝 마셨다. 서문경이 계저라는 어린 계집과 안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솟아 올랐다. 밖에서 바람을 피우지 말라고 계집종 춘매까지 붙여주었는데, 그 보람도 없이 계저라는 계집에게 빠져있는 서문경이 원망스럽고 야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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