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52> 네가 여자를 아느냐?
평설 금병매 <352> 네가 여자를 아느냐?
  • <최정주 글>
  • 승인 2005.04.27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21>

홀짝홀짝 홍주 반 병을 마시고 났을 때는 날은 어두워지고 잠깐 떴던 초승달도 지고 난 다음이었다. 문득 금동이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반금련이 비틀거리며 화원으로 갔다.

금동이는 낮의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안 나오시는 줄 알고 들어가려고 했었구만요, 아씨.”

“이놈아, 안 나오기는 내가 왜 안 나와. 밤에 보니까 금동이가 키가 훤출하니 멋쟁이 사내구나. 금동아, 나하고 내 방에 가서 술이나 마실까? 너 술마셔 봤느냐?”

“제가 아씨하고 어찌 술을 마십니까? 주인 어른이 아시면 맞아 죽습니다.”

“걱정하지 말거라. 주인은 계저라는 계집한테 푹 빠져 있고, 춘매 년도 벌써 꿈나라로 갔니라. 깊은 밤에 내 방에서 술을 마시는데 누가 알겠느냐?”

반금련이 싫다고 뒤로 몸을 빼는 금동이 놈을 어거지로 끌고 제 방으로 왔다.

“너 이 술이 어떤 술인줄 아느냐? 한 병에 은자 석냥씩이나 하는 아주 귀한 술이니라.”

반금련이 술병을 들고 흔들다가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 금동이가 얼른 다가가서 팔 한 쪽을 부축했다.

“호호호, 꼴에 사내라고 네 몸에서도 사내 냄새가 나는구나.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구나. 금동아, 너 여자하고 자 보았느냐? 네가 여자를 아느냐?”

반금련이 얼굴을 금동이의 어깨에 기대며 호호호 웃었다.

“아씨도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같은 것이 어찌 여자를 알겠습니까?”

“그럴 것이니라. 주인에게 자비심이 있으면 하인들의 짝도 맞춰주고 그러는 것인데, 몰인정한 네 주인은 계집에 홀려 그럴 경황이 없느니라. 내가 너한테 여자를 가르쳐 주겠다.”

반금련이 침상으로 금동이를 끌어들이며 말했다.

“마시거라. 사내란 자고로 술 한 짠 씩은 할 줄 알아야한다. 나는 술도 못 마시는 쫌팽이같은 놈은 싫다.”

반금련이 홍주 한 잔을 철철 넘치도록 따라주자 금동이가 얼굴을 붉히면서도 단숨에 마셨다.

“호호, 제법이구나. 금동이가 아주 사내답구나. 사내란 그래야하는 것이니라. 술 몇 잔 쯤은 단숨에 마실 줄 알아야 대장부 소리를 듣느니라. 자, 마시거라. 나는 취했으니, 나대신 네가 다 마시거라.”

반금련이 거푸 술을 따라 금동이에게 권했다. 그때마다 금동이가 넙죽넙죽 받아 마셨다. 술을 마실수록 금동이의 얼굴이 붉어지고 숨을 쌕쌕거렸다.

“어떠냐? 비싼 술이라서 맛이 좋지?”

“맛 있는 줄은 모르겠으나 머리가 빙빙 돕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