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짝홀짝 홍주 반 병을 마시고 났을 때는 날은 어두워지고 잠깐 떴던 초승달도 지고 난 다음이었다. 문득 금동이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반금련이 비틀거리며 화원으로 갔다.
금동이는 낮의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안 나오시는 줄 알고 들어가려고 했었구만요, 아씨.”
“이놈아, 안 나오기는 내가 왜 안 나와. 밤에 보니까 금동이가 키가 훤출하니 멋쟁이 사내구나. 금동아, 나하고 내 방에 가서 술이나 마실까? 너 술마셔 봤느냐?”
“제가 아씨하고 어찌 술을 마십니까? 주인 어른이 아시면 맞아 죽습니다.”
“걱정하지 말거라. 주인은 계저라는 계집한테 푹 빠져 있고, 춘매 년도 벌써 꿈나라로 갔니라. 깊은 밤에 내 방에서 술을 마시는데 누가 알겠느냐?”
반금련이 싫다고 뒤로 몸을 빼는 금동이 놈을 어거지로 끌고 제 방으로 왔다.
“너 이 술이 어떤 술인줄 아느냐? 한 병에 은자 석냥씩이나 하는 아주 귀한 술이니라.”
반금련이 술병을 들고 흔들다가 넘어질 듯 비틀거렸다. 금동이가 얼른 다가가서 팔 한 쪽을 부축했다.
“호호호, 꼴에 사내라고 네 몸에서도 사내 냄새가 나는구나.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구나. 금동아, 너 여자하고 자 보았느냐? 네가 여자를 아느냐?”
반금련이 얼굴을 금동이의 어깨에 기대며 호호호 웃었다.
“아씨도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저같은 것이 어찌 여자를 알겠습니까?”
“그럴 것이니라. 주인에게 자비심이 있으면 하인들의 짝도 맞춰주고 그러는 것인데, 몰인정한 네 주인은 계집에 홀려 그럴 경황이 없느니라. 내가 너한테 여자를 가르쳐 주겠다.”
반금련이 침상으로 금동이를 끌어들이며 말했다.
“마시거라. 사내란 자고로 술 한 짠 씩은 할 줄 알아야한다. 나는 술도 못 마시는 쫌팽이같은 놈은 싫다.”
반금련이 홍주 한 잔을 철철 넘치도록 따라주자 금동이가 얼굴을 붉히면서도 단숨에 마셨다.
“호호, 제법이구나. 금동이가 아주 사내답구나. 사내란 그래야하는 것이니라. 술 몇 잔 쯤은 단숨에 마실 줄 알아야 대장부 소리를 듣느니라. 자, 마시거라. 나는 취했으니, 나대신 네가 다 마시거라.”
반금련이 거푸 술을 따라 금동이에게 권했다. 그때마다 금동이가 넙죽넙죽 받아 마셨다. 술을 마실수록 금동이의 얼굴이 붉어지고 숨을 쌕쌕거렸다.
“어떠냐? 비싼 술이라서 맛이 좋지?”
“맛 있는 줄은 모르겠으나 머리가 빙빙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