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55> 극락이 따로 있느냐?
평설 금병매 <355> 극락이 따로 있느냐?
  • <최정주 글>
  • 승인 2005.05.01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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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24>

 “네가 원한다면 못 할 까닭이 없지. 너와 나는 주인과 하녀이지만, 주인 어른도 나누어 가진 동기간이나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 내일 밤에 금동이가 오면 네 방에서 술을 마시자. 내가 슬쩍 비켜 줄 것이니, 금동이를 네 맘대로 해보거라. 대신 우리 셋 사이에 있던 일은 비밀이다. 설령 목에 칼이 들어와도 비밀은 지켜야한다. 알겠느냐?”

“그럼요, 아씨. 제가 금동이와 그런 것을 알면 저 또한 무사하지 못할 것인데요.”

그렇게 춘매의 목에 튼튼한 올가미를 씌운 반금련은 춘매년의 눈치를 안 보고도 밤마다 금동이를 불러들여 살풀이를 벌였다.

하루밤은 이교아의 별채에서 술을 마시던 손설아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금련이 년이 이상하지 않나요?”

“머가?”

“아, 밤마다 찾아와 징징짜던 년이 꼼짝을 않잖아요.”

“하긴 그렇네. 아예, 서방님을 포기한 것인가?”

“그년이 그럴 리가 있나요? 아마 무슨 야료를 꾸미고 있을걸요. 우리 한번 가볼까요?”

손설아가 서둘렀다. 반금련의 별채로 온 두 여자가 창문 밖에서 서서 방안의 소리를 엿들었다.

“아흐아흐, 조금만 세게, 조금만 세게, 팍팍 해보거라. 아, 금동아, 좋구나, 좋아. 극락이 따로 있느냐? 이것이 바로 극락이지.”

방안에서는 질펀한 살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 저년이 지금 멀하고 있는가요?”

“금동이 놈과 그 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저년이 저런 짓이나 하고 있으니, 잠잠했지.”

이교아가 침을 퉤 뱉으며 돌아섰다.

다음날이었다. 두 여자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본부인 월랑이 서문경에게 편지를 보냈다.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으니, 잠깐이라도 다녀가라는 내용을 써서 보냈다. 더구나 사흘후면 서문경의 생일이었다. 여섯 부인이 정성으로 생일상을 준비하고 있으니, 생신축하나 받고 계저한테 다시 가시면 될 것이 아니냐고도 썼다.

본부인의 간절한 편지가 마음을 움직였는지, 아니면 집안에 생긴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던지 서문경이 핼쓱하게 마른 얼굴로 돌아왔다.

“그래, 집안에 생긴 중요한 일이 무엇이요?”

서문경이 물었다.

“반부인이 짐승같은 짓을 했어요.”

“금련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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