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56> 네 년이 금동이 놈과
평설 금병매 <356> 네 년이 금동이 놈과
  • <최정주 글>
  • 승인 2005.05.02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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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25>

“금동이를 밤마다 방으로 끌어들여 술을 마시고 침상까지 함께 사용했답니다.”

월랑이 입에 올리기도 더럽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병으로 골골하기는 했지만, 첩을 다섯이나 두는 동안에 한번도 첩에 대해서 나쁜 얘기를 않던 월랑이었다. 그런 월랑이 반금련을 그렇게 말한다면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었다.

서문경이 당장에 반금련의 별채로 달려갔다.

“이년, 내가 없는 동안에 네 년이 금동이 놈과 붙어 먹었다지?”

침상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 반금련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내려 바닥에 패대기를 치며 서문경이 고함을 질렀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금동이 놈과 붙어 먹었다니요? 누가 그래요? 누가 사람 잡을 소릴 했느냐구요?”

“교아와 설아가 보았다는데도 잡아뗄 셈이냐?”

“하늘에 맹세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계저라는 어린기생년한테 빠져있는 서방님이 원망스럽기는 했어도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없었다구? 교아와 설아가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들었다는 말이더냐? 네 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고, 네 방에서 새벽에 나오는 금동이 놈을 보았다는데, 아니라구?”

서문경이 반금련의 머리채를 잡아 벽에 쿵쿵 쥐어박다가 발길로 옆구리를 찼다. 숨이 꺽꺽 막혀하면서도 반금련이 아니라고 잡아뗐다.

“절 죽이십시오. 안 그래도 교아 형님과 설아 형님이 절 죽이지 못해 안달인데, 죽여주십시오. 더러운 누명을 쓰고는 저도 살기 싫습니다. 두 형님이 절 얼마나 미워하는데요. 절 어떻게든 서방님께서 떼어놓으려고 못할 짓이 없는 형님들인데요. 두 형님이 입을 맞추었으면 없는 일도 있게 되겠지요. 죽이십시오. 절 죽이십시오. 더러운 누명을 쓰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반금련이 서문경의 가슴에 머리를 쿡쿡 쥐어 박으며 죽여달라고 애원했다. 그런 반금련을 휙 밀어 쓰러뜨리고 서문경이 방을 나왔다. 이교아나 손설아가 투기심이 많다고는 해도 없던 일을 꾸며서까지 반금련을 모함하리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서문경이 머슴 추국이를 시켜 춘매와 금동이를 불러왔다.

“춘매야, 너 거짓말을 하면 죽는다. 네 아씨가 밤마다 금동이 놈을 방으로 불러들였느냐?”

서문경이 먼저 춘매에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소녀는 초저녁 잠이 많아 금동이가 온 걸 보지못했습니다. 금련 아씨가 혼자 홍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우는 모습은 몇 번 보았지만, 금동이가 아씨의 방을 들락이는 모습은 못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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