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357>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
평설 금병매 <357>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
  • <최정주 글>
  • 승인 2005.05.03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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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화(梅花)와 매화(賣花) <26>

 “이년아, 교아와 설아가 보았다는데 어찌 한 집에서 사는 네가 못 보았다는 말이더냐? 네 주인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넌 죽는다.”

서문경이 가죽채찍으로 춘매의 어깨를 후려치며 겁을 주었으나 춘매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죄라면 잠이 많은 것이 죄겠지요. 두 아씨가 저희 아씨네 방에서 나오는 금동이를 보았는가 어쨌는가는 모르겠습니다만, 안 보고도 충분히 보았다고 하실 두 분이십니다. 두 아씨가 저희 아씨를 얼마나 미워하셨는데요. 저를 주인 어른과 합방을 시켜준 일로 목을 졸라 죽여도 시원치 않을 년이라고 얼마나 미워하셨는데요.”

“이년아,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

손설아가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질렀으나 춘매도 지지 않았다.

“안 그랬습니까? 저한테 묻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아씨의 방에 이상한 사내가 드나들지 않느냐고 묻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반금련같은 색녀가 주인 어른이 한 달이 되도록 안 돌아오셨는데, 그 년이 가만히 있을 년이 아니라면서 사내가 들락이지 않느냐고 묻지 않았습니까?”

“저, 저년도 사람 잡을 년이네. 제 주인을 닮아 생사람을 잡게 생겼네.”

이교아와 손설아가 펄쩍펄쩍 뛰었다.

“생사람은 두 분 아씨들께서 잡고 계시지요. 제가 잠이 아무리 깊이 들었기로서니, 반금련 아씨가 금동이와 그런 짓을 했다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소리를 유난히 크게 지르시는 아씨라서 제가 모를 리가 없습니다.”

“정녕코 아니라는 말이렸다? 너는 모르는 일이라는 말이렸다?”

“죽어도 모르는 일입니다.”

춘매가 딱 잡아떼자 이번에는 서문경이 금동이 놈을 닥달했다.

“이놈아, 네가 밤마다 금련아씨 방에 가서 함께 잠을 잤느냐?”

“아니구만요. 제가 어찌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요. 전 밤으로는 아씨 방 앞에는 얼씬도 않았구만요.”

“아니라구? 그런 일이 없다는 말이지? 저 놈을 몽둥이로 치거라. 사실을 털어놓을 때까지 사정없이 치거라.”

서문경의 명령에 머슴들이 돌려가며 금동이의 엉덩이며 허리에 몽둥이질을 했다. 그래도 금동이의 입에서 반금련과 잠을 잤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옷이 찢어지고 엉덩이에서 피가 흐를 무렵이었다.

금동이의 몸에서 향주머니가 툭 하고 떨어졌다. 서문경의 눈에도 익은 반금련의 향주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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