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양보하여 대학의 구조조정을
서로 양보하여 대학의 구조조정을
  • 최희섭
  • 승인 2005.07.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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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활발하게 논의되는 듯하던 국립대학 통폐합 논의가 거의 실패 내지는 갈등 양상을 띠고 있는 듯하다. 대학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에서 대학통폐합을 추진하는 일환으로 우선 국립대학을 통폐합하고 이어서 사립대학들의 통폐합을 유도하려한 교육인적자원부의 노력이 무산위기에 처한 것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사실 우리나라는 인구에 비하여 대학의 숫자가 과도하고, 대학생들의 숫자가 지나치게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교육부에서 제시한 통계숫자로 살펴보면 전문대학과 산업대학 및 교육대학을 포함한 대학의 숫자가 390개를 넘어 400개에 육박하고, 전국의 대학에서 금년도에 모집한 신입생 숫자는 예전에 충원하지 못한 인원까지 합하여 66만여 명이 된다. 그러나 등록한 학생 수는 58만여 명에 불과하다.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졸업생의 숫자는 58만8천여 명이고, 이 중에서 금년도에 대학에 진학한 숫자는 47만 8천여 명에 불과하다. 다행스럽게도(?) 금년도에는 약 11만 6천여 명의 재수생이 대학에 진학하였기 때문에 59만 4천여 명이 진학한 것으로 통계가 나와 있다.

 대학에 등록한 학생의 숫자와 진학한 숫자가 이처럼 차이 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학의 모집 정원이 고교 졸업자수 내지는 진학자수 보다 적어도 7~8만 명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수치를 보면 모집 정원을 채우는 대학도 있지만, 상당수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음이 명확해진다. 전국의 상당수 대학이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지만, 특히 호남권에 위치한 대학이 더욱 열악한 상태에 있다. 금년도 신입생 충원율을 보면 전라남도가 66.7%, 전라북도가 78.7%, 광주가 79.9%로 하위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각 도내에 자리하고 있는 대학들의 평균 충원율이 이와 같을진대, 일부의 대학이 평균 이상으로 많은 신입생을 충원했다면 일부의 대학은 매우 열악한 상태에 있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로 인하여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비록 일부 대학의 현상이기는 하지만 대학이 학문적 수월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학생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대학의 재정이 악화됨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는 많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탈락하는 현실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예상되었던 바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학은 구조조정에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국립대학을 필두로 하여 사립대학의 통폐합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고자 했지만 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사립대학들이 몸집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많은 대학들이 내년과 내후년에 모집정원을 10퍼센트 내외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자의반 타의 반으로 정원을 축소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양적 확대에 치중해왔던 대학들이 질적인 향상을 위한 노력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모집정원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대학들은 대부분 수험생들이 비교적 선호하는 대학들이라서 학생 수급에 큰 문제가 없는 대학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다. 지방에 있는 사립대학들이 대부분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대학들은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에만 의존해 학교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모집정원을 축소하면 재정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 대학들이 학과나 대학의 통폐합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더욱 장기적인 안목에서 학생 수급에 문제가 있는 학과나 대학이 쉽게 퇴출당할 수 있도록 명예로운 퇴출의 길을 활짝 열어놓고, 보다 경쟁력 있는 학과나 대학과의 통합을 유도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못한 현실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소간의 아픔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아픔을 최소화하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임을 깊이 인식하고, 조금씩 희생하고 양보한다면 구조조정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주대 인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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