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의 등장
양자역학의 등장
  • 승인 2005.07.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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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복잡성이라는 단어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복잡한 현상이 있었지만 되도록 무시해 왔을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무시 보다는 피해 왔다는 표현이 적절할 지도 모른다. 컴퓨터가 없는 과거에는 그 복잡한 양상을 상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가 빠른 속도가 붙은 지금에는 그것을 외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초극미한 물질의 세계를 파헤치는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아무리 복잡한 현상일지라도 간단한 몇 개의 기본 요인을 찾아내어 연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과학자들의 가슴속에 굳게 심어 주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연구의 대상을 단순화 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연구 태도는 뉴튼의 역학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는 모든 물질운동을 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천체의 운동을 단순한 수식 하나로 설명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천재들은 복잡한 것을 단순화 시키는 혜안을 가졌다고나 할까? 그러나 단순화시키기 위해서는 집약과 희생이 따르게 되어 있다. 실제로 뉴튼도 행성의 궤도를 결정할 때 거대한 수많은 별의 존재를 무시하고 태양의 인력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 하찮다고 생각했던 요인들도 알고 보면 때때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적절히 표현한 말이 이른바 나비효과이다. 오늘 이곳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면서 일으킨 공기의 작은 요동이 내일 지구 반대편의 날씨를 좌우한다는 비유의 말이다. 슈퍼컴퓨터의 힘으로 아주 정밀하게 관측한 일기예보가 번번이 빗나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알고 보면 세상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정보가 범람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인 요즈음에는 사소한 정보 하나가 엉뚱한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뉴튼이 세운 금자탑도 알고 보면 수많은 자연현상 중에 지극히 간단한 경우에만 성립되는 성공이었다. 과학이 급격하게 발달된 이제는 복잡한 현상을 복잡한 그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있다. 카오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뉴튼의 천재성은 천체운동에 관하여 완벽한 풀이가 가능한 영역만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수학자 괴델이 만든 이른바 불완전성 정리는 단순한 몇 개의 공리로 수학의 체계를 세울 수 있다는 환상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21세기 수학은 프랙탈 기하학의 창시자인 만델로브와 같이 복잡한 것들을 복잡한 그대로 파악하는 혁명가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날 조짐이 보인다.

 현미경을 통하여 관찰한 단백질, 핵산 등의 수많은 고분자 구조로 이루어진 복잡한 세포조직이라든지 140억 개의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사람의 두뇌, 또는 복잡한 먹이사슬에 따라 먹고 먹히는 생태계, 다양한 투자가가 참여하는 증권시장, 여러 나라의 이익이 엇갈리는 국제정세, 변덕스러운 기후,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현상 등 그 예는 허다하게 있다. 그렇다면 복잡하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일상적으로 복잡하다는 말을 쓰고 있지만, 막상 복잡함을 과학의 대상으로 삼고 보면, 이제까지 무심히 사용해 오던 복잡하다는 말 자체가 우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상들을 단순히 무질서는 아니다.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질서가 있는 복잡한 현상일 뿐이다. 복잡하다는 말은 그것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뜻이며, 잘 모른다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새로운 수학의 개념은 이렇듯 복잡한 것을 대상으로 삼고 본질적인 복잡성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잘 정리하여 단순화 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설탕이 물에 들어가면 저절로 녹지만 섞여있는 물과 설탕이 저절로 분리되는 일은 결코 없듯, 생물이 죽으면 부패하여 유기체의 구조가 무너지듯, 복잡한 구조는 자연현상에서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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