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언론의 비판 겸허히 수용"
"정부, 언론의 비판 겸허히 수용"
  • 승인 2005.07.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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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쓰기> 남동훈 전주고 3년
요즘 신문을 보면 언론사와 정부와 벌이는 신경전을 볼 수 있다. 언론은 신행정수도 사업이나 대북 외교 같은 정책을 비판하고 정치인의 비리를 낱낱이 고발했다. 정부는 언론사의 불공정 거래를 근거로 언론 권력이 부패했음을 주장하며 몇몇 언론사를 고발했다. 정부를 대표하는 공무원은 언론과 신경전을 벌이며 언론 권력을 축소시키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한 집단이 상충하는 상대 집단이 가지는 권위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의도는 반대로 자신들의 권위와 영향력을 증가시키려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서도 이런 사례를 볼 수 있다. 훈구와 사림, 노론과 소론은 상대당의 권위를 부정했고, 그럼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강화하려고 했다. 정부의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언론을 견제함으로써 언론 권력이 지니는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것은 곧 행정부의 영향력을 증가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언론은 정부를 비판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언론 권력이 약화된다면 정부의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된다.

  언론이 하는 주요한 역할은 사회를 감시, 비판하고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알리는 일이다. ‘새만금 개발사업’ 에 관한 문제를 환경 오염과 지역 경제 개발이라는 대립적인 관점으로 쟁점화시켰다. 또한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는 문제로 지역 이기주의에 대한 논의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언론은 특성상 정치계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진○○ 게이트’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했고, 장관급 고위 공무원의 비리를 파헤치기도 했다. 그런데 행정부가 언론 권력을 감소시킨다면 언론의 사회 비판 기능이 약해진다. 언론이 정부와 결탁하거나 정부에 순응하게 되면 정치계의 부패를 국민이 알기 어려워진다. 또한 사회 일각의 문제가 전체적으로 논의되기도 어려워진다. 그리고 언론의 힘이 약화되면서 행정부가 지닌 영향력이 지나치게 증대할 여지가 있다. 이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위반하는 정부를 출현시킬 우려도 있다.

  정부의 언론 사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은 자유 의지로 행동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는 헌법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자유는 사회 질서 유지, 국가 안보, 공공 복리를 위한 경우에만 법률에 근거해서 제약할 수 있다. 정부의 고위직이 언론사의 부패를 근거로 언론 권력을 제한하려는 것은 타당한 근거 없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을 위반할 여지가 있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헌법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은 하는 것은 자칫 사회의 법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

  언론이 기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편파적인 보도를 하거나 특정 사건을 은폐하는 것은 사실이다. 중앙 일보는 과거에 삼성에 뿌리를 두었던 신문으로서 아직도 삼성에 관한 기사를 자세하게 다루고 유리한 기사를 쓴다. 이는 마치 신문과 기업체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조선일보와 동아 일보는 보수당, 한겨레 신문은 진보당을 옹호하는 기사를 자주 쓰며 상대당을 깎아내리는 비평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행정부가 언론이 불공정한 행위를 하는 것을 명백한 근거가 없이 규제할 자격은 없다. 행정부가 언론 권력을 축소시킴으로 인해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자칫 독재 정권의 출현을 가능케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줄 우려가 있다. 또한 언론의 비판 기능이 약화되면 공무원의 부패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행정부가 언론을 견제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의 고위직이 조금 더 신중하게 처신하고 언론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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