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하는 논술고사와 경쟁시대
평준화하는 논술고사와 경쟁시대
  • 한기택
  • 승인 2005.07.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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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 안을 놓고 ‘본고사의 부활이다, 아니다’ 말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은 물론이고 교육계와 교육관련 단체 할 것 없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2008학년도 대입시안을 발표했을 때부터 대학들은 수능비중을 축소하고 내신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개선 안에 대해 변별력이 낮다고 반발하고, 본고사에 준하는 논술고사와 심층면접 형식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었다.

 그리고 학생들도 2008학년도 대학입시 안에 대해 심하게 거부하여오다가 지난 5월 고1 학생들은 스스로?저주받은 89년생?이라고 외치며 새 입시제도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상황이 급박해지자 교육인적자원부는 원래 12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하였던 2008학년도 입시요강을 앞당겨 6월말까지 제출토록 하였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입시 안을 급조하여 제출하게 되었고,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문제가 화두로 대두하게 되었다. 서울대 안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반면, 서울대도 정부의 안의 수용을 거부하고 나섰다.

 2008학년도 입시제도에서 ‘수능시험을 5등급제’로 계산하면, 한 해 60만 명이 응시한다고 가정해보면 수능에서 1등급을 상위 20%로 잡으면 12만 명이 1등급을 받게 되어 전국 1등과 12만등이 입시에서 똑같은 점수로 취급되는 제도 속에서 이번 일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지금 흔들리고 있는 교육정책이 고1학생들을 고통의 수렁으로 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교육부 대학입시관계자와 서울대입시 담당자의 TV토론을 들어보아도 앞에 붙은 ‘통합교과형’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을 보니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대와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 일이 크게 번진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또한 서울대가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확실하게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여당이 저지방침을 밝혔던 점도 지적 받아 마땅하다.

 올해 초에 외국의 한 평가기관이 평가했다는 세계 우수 대학의 평가결과를 보면, 세계 100개 대학의 반열에 우리나라 대학이 하나도 끼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리고 세계경제포럼(WEF)의 2004년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지난해 18위에서 29위로 열한 계단이나 하향 발표하였고, 일본은 지난해 11위에서 9위로,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대만은 4위, 싱가포르는 6위, 홍콩은 21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경쟁력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진정한 교육개혁을 위해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不)정책’을 너무 고집하지 말고 대학에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참여정부에 우호적이던 네티즌들의 70%가 “대학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라”는 서울대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데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교육부와 서울대학교는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가?

 대답은 하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이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가운데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고 학생 개인과 나라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현명한 입시 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교육개혁은 시장원리에 따라 수요자인 학생에게 대학 선택권을 주고, 대학엔 학생 선발 권을 돌려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좋은교육운동본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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