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의 새 패러다임
모텔의 새 패러다임
  • 김진
  • 승인 2005.07.19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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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근·현대사를 보면 억눌린 성(性)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최근까지도 억눌린 성을 주제로 여러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마광수 교수의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밀실 폐쇄적이었던 성에 대한 논쟁을 광장 개방형으로 바꿔 놓은 듯하다. 그에 대한 반증이 바로 우리사회의 ‘모텔문화’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적인 욕구를 둘 만의 공간에서 분출코자 하는 수요와 이러한 수요층의 증가로 인해 수요자에게 쾌락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적인 측면의 공급을 늘려온 것이 지금 우리의 ‘모텔 문화’이다.

 * 모텔 문화

 모텔(Motel)의 원래 뜻은 Motorists' Hotel 즉, 자동차여행객의 호텔이다. 글자 그대로 모우터+호텔의 합성어인 것이다.

 모텔의 원조격인 윌슨의 홀리데이 인(Holiday Inn)이 1952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이후 숙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며 발전하여 오고 있는 데에는 그에 걸 맞는 이유가 있다. 가족단위의 건전한 호텔상과 저렴한 숙박 요금, 편리한 주차시설과 예약의 불필요, 그리고 팁의 의무가 없는 등 새로운 숙박형태로서의 매력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로 전이 된 모텔의 개념은 시작부터 왜곡이 심했던 것 같다.

 숙박의 개념이 아닌 불륜의 장으로 인식되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파파라치나 몰카 등이 모텔을 활동무대로 삼았으며, 이러한 것들로부터 고객을 보호하려고 차량번호를 가리개로 가려 주는 등, 모텔의 폐쇄성은 짙어만 갔다.

 좋은 차 타고 호텔에 들어서면서 당당히 현관 앞에 차를 세우고 주차대행(valet)서비스를 받는 광장 개방형에 비한다면 가히 대비가 될 만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 전주지역의 실태

 전주지역의 모텔 실태를 살펴보면, 모텔촌과 주거지역이 함께 조성되어 있는 특이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아마 신시가지가 조성될 때마다 상업지역이 생겨나고 새로운 상권이 형성된 곳으로 모텔이나 유흥업소들이 진입하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리라 짐작된다.

 문제는 이러한 모텔들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부각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린 자녀나 학생들이 집을 나서거나, 등·하교시, 또는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 늘 볼 수 있는 ‘모텔’이라는 업소에 관해 궁금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현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모텔 문화’를 그대로 설명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처럼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한 러브호텔들이 주거지인 아파트 인근에 늘어서 있는 것이다.

 * ‘모텔’의 새로운 패러다임

 경기도 양평 하면 우리 나라에서 러브호텔이 가장 먼저 발달한 곳이다. 그러한 양평이 변하고 있다. ‘러브호텔 벨트’라던 양평의 모텔촌에 ‘초막요 미술관’, ‘아지오 갤러리’, ‘바탕골 예술관’, ‘양평 미술관’, 그리고 10월 개관을 앞둔 ‘닥터 박 양평미술관’ 등 많은 전시관과 공연장을 모아 ‘토마토 밸리’를 조성하였다.

 양평군은 2002년부터 공연기획사를 유치해 30, 40代 의 가족관객을 대상으로 김덕수 사물놀이나,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 등을 공연하고 있고, 인근의 러브호텔은 가족들이 편히 묵을 수 있는 가족형 숙박단지를 조성하여 숙박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데, 현재 매 공연마다 1천200명 이상이 참가하여 성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일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문화강국(C-korea) 2010 보고대회에서 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은 관광객 1천만 명 시대에 대비해 관광호텔을 수출산업으로 지정하고, 모텔을 중저가 관광호텔로 전환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때마침 전주에도 한옥마을과 경기전, 객사 등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늘고 있다.

 이러한 컨텐츠들과 많은 돈이 투자되어 좋은 시설을 가지고 있는 모텔들을 조화롭게 묶어 새로운 ‘모텔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모텔’은 더 이상 난처한 이름이 아닐 것이다.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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