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야 하는 소금가게
망해야 하는 소금가게
  • 임용택
  • 승인 2005.07.2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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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집사람이 동네 농협을 들러 통장정리를 하고 온다기에 골목에 차를 대고 기다린 적이 있다. 한참 후에야 돌아온 집사람은 농협에서 싸움구경을 하다왔단다. 그 내용인즉 4개 중 하나만 가동되는 현금지급기의 긴 줄에 지친, 입금 마감시간에 ?긴 한 고객과 언성 높여 불친절을 퍼붓는 한 여직원과의 언쟁을 구경하다 왔단다. 고객들의 불편한 심기는 뒤로하고 112에 신고까지 했다는 적반하장에까지 이르렀다하니 그 가관이 짐작된다.

 며칠 전 한 대학 후배가 애를 삭이지 못하며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나, 그 후배를 일인칭으로 하여 이야기를 전해 본다.

 ‘얼마 전 도내 모 대학병원에 갈 일이 있어 전화상으로 진찰 예약을 해놓고, 시간에 맞추어 찾은 적이 있다. 예약 시간에서 이미 1시간이 지난 후이지만 그나마 진찰을 받는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혹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차라리 사치로 쳤다.

 1시간 후에 들어간 진찰실에서 나는 없었다. 환자는 물론이요 고객은 더욱 없었다. 부끄러운 환부를 들어놓은 채로 의사와 간호사간의 치료와 관계없는 지속되는 대화는 나의 자존심을 한없이 짓밟았으며, 간호사의 기죽은 목소리는 안쓰럽기 까지 했다.

 문진하는 레지던트는 보던 책에서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귀찮다는 듯이 무슨 일로 왔냐고 묻는다. 무성의의 극치다. 어떤 검사를 어떻게 하는지 설명도 듣지 못한 체 계산대에 이른 나는, 180,000원에 추가된 30,000원의 의문도 “나는 모르며 의사선생님이 추가했다”라는 담당자로부터의 퉁명스런 말 한마디로 만족해야만 했다.

 사실 여기까지 만 이었으면 그런 대로 보아줄만 했을까! 서비스업종의 의식이나 의료서비스의 사명감은 무리이고, 힘든 하루의 일과를 위로라도 하였을지 모른다.

 진찰 결과도 볼 겸 재차 방문하여 정한 7월 초의 수술 날짜를 며칠 앞두고 개인사정이 생겨 수술날짜 변경을 위해 전화를 했고, 간호사가 레지던트 2년차라는 의사선생님을 바꿔주었다. 분명히 잡은 날짜이건만 그녀는 예약이 안 되어 있으니 와서 확인을 하란다. 병원까지의 거리며, 분명 날짜를 잡고 왔다는 점 등을 설명하며, 컴퓨터에서 이름을 한번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건만 ‘우리는 매일 하는 일이니 실수 할 리가 없고, 바빠서 일일이 확인할 수 가 없으니 직접 와서 확인하라’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몇 차례 공방이 있었지만 약자가 되어 답답함만 더할 따름이었다.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여지없이 드는 불편한 심기는 나만의 일일까? 병은 그곳에 덜어놓고 왔을지 모르지만, 무례함, 무성의, 불친절 등으로 인한 깊은 마음의 상처는 치료의 대가로 항상 받아오곤 한다.

 이상의 이야기를 접한 나는 가슴이 메어 옴을 느낀다. 책임감마저 느끼면서 역시 답답해진다.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그것도 선진국, 대한민국의 서비스업종, 비즈니스세계에서 말이다.

 ‘옛날 어느 외딴 마을에 소금장수 가족이 있었다. 이 소금장수는 이 마을이 다른 지역과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기가 소금을 사다 그 동네에서 팔면 지역주민들이 번거롭지 않아 편리하고 자신은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 가족은 정말 열심히 일을 하였고, 그들의 예상대로 먼 지역에 나가 무거운 소금을 사오던 그 마을 주민들의 이용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자연히 그 소금가게는 그 지역의 독점 기업이 되었으며, 정기적으로 오르는 소금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소금가게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자 소금가게 가족은 더 이상 친절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찾아오는 손님이 귀찮아 질 정도였고, 불친절과 손님에 대한 무성의가 계속되었다.’

 나는 이 소금장수 이야기와 관련하여 어떠한 판단이나 험담도 성급히 하고 싶지 않다. 그 가게에서 부모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심부름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단지 강의실에서 “이러한 소금가게는 반드시 망해야 한다.”고 단언을 한다. “아니면, 바뀌던가….”

 뭔가 물어보고 싶어도, 더 먼 곳에서 소금을 사라고 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몇 번이고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해야하는 슬픈 우리, 이제는 없어야 한다.

<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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