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 최희섭
  • 승인 2005.07.3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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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국민이건 자기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 중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것같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된다. 금년에 우리나라 주변국가에서 일어난 과거사 왜곡문제에 대처하는 태도를 보거나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해외 이민 열풍이나 한국국적포기 열풍을 보면 달리 생각할래야 생각할 방도가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해외 이민이나 국적포기를 선택하는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가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나 그들의 자제라는 사실이다. 해외 투자이민을 위해서는 적어도 몇 억원의 자산이 있어야 하고 국적포기를 위해서는 이미 이민을 나가 있거나 해외에서 출생했어야 한다. 특히 해외에서 출생한 경우에는 어찌되었든 출생시점을 전후하여 부모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사회지도층에 속하거나 속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포기하고 떠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그동안 닦아놓은 여러 가지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버리고 물설고 낯설은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들을 떠나라고 강요하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면 이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필자는 이 이유를 그릇된 교육에서 찾고자 한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에 힘을 기울이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먹고 살만한 나라들 중에 우리나라에서처럼 국사교육을 등한시하는 나라는 없는 것같다.

 지구상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기 나라의 역사를 초, 중, 고에서 필수과목으로 교육하며, 대학에서도 필수교양교과로 지정하여 교육하고 있다. 필수교양교과는 교육을 받는 모든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할 교양을 가르치는 교과목이다. 다시 말하여 고등교육을 받은 국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할 교양이라는 것이다. 기업체에서 자기나라의 국사를 시험과목으로 지정하여 신입사원을 모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무원의 경우에는 국사에 관한 소양을 직간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어느 나라에서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서도 국사가 필수과목이 아니며, 공무원 선발 시험과목에 국사가 없거나 있어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는 것같다. 대학에서의 교육은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국사를 교양필수로 지정한 대학이 없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부 특수대학(교)에서 국사를 전교생의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국사가 필수교양교과가 아닌지 오래되었다.

 기업체에서 채용한 대졸사원을 오랫동안 다시 교육시키고 훈련시켜야 자기네 기업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채용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인을 양성해달라고 대학에 요구하고 있으므로, 대학들은 이에 발맞추어 영어와 컴퓨터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들은 대체로 영어와 컴퓨터를 교양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근자에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필자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전공교과목이 영어이므로 이러한 현상을 두 손 들어 환영해야 마땅한 일이겠지만, 기꺼이 그러지 못하여 가슴이 쓰리다. 영어와 컴퓨터 과목은 도구교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으로 교육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 두 과목의 중요성을 국사 과목의 중요성과 비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사는 나라에 대한 자긍심과 바른 삶을 가르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편하게 사는 것보다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바르게 살지 않는다면 보다 많은 지식은 사회에 보다 큰 해악이 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큰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범죄나 영어를 안다는 지식인 또는 전문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범하는 범죄보다 사회에 더 큰 해악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 국사를 제대로 배워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바르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사회의 여러 가지 소란한 일들을 보면서 국사 교육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마디 해보았다.

<전주대 인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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