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해수욕장과 찜질방
비키니 해수욕장과 찜질방
  • 김용재
  • 승인 2005.08.01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서의 계절이다. 더위를 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당연 으뜸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다. 피서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바다이다. 바다로 가지 못한 사람들은 시내에서 피서의 장소를 찾기도 한다. 최근 인기가 있다고 하는 장소가 의외로 이열치열의 정신이 스미는 찜질방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해수욕장이나 찜질방의 공통점은 피서의 장소이면서도 옷을 꽤 벗는 데 있다. 그러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제 일화, 부안군에서 변산 해수욕장의 활성화를 위해 대담한 발상을 하였다. 비키니 해수욕장이라는 명명을 하고, 비키니 차림의 여성 피서객에게는 숙박료와 식사비, 물놀이용 장비 대여료를 10% 할인해 준다고 홍보했던 것이다.

 제 이화, 찜질방의 목욕 문화에 대하여 비판적 시각이 대두되었다. 늦은 시간에 청소년들이 술과 잡담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남녀간 낯 뜨거운 장면을 많이 연출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용납할 수 없는 난장판이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비뚤어진 공동체 문화를 형성한다면 어찌되겠는가. 부득불 밤 10시 이후에 어른과 동행하지 않은 청소년은 출입이 금지되는 행정 조치가 발동하였다. 더운 것을 더운 것으로 식히면서 건강을 아울러 챙기는 찜질방이 아름다운 피서의 장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위에서 소개한 두 이야기는 피서지의 옷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피서지의 옷은 꽤 자유스럽다. 일상의 옷을 벗어 던지고 간신히 몸을 가린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을 상대한다. 비키니나 찜질방의 목욕복은 자유와 욕망의 결정체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이다. 비키니는 1946년 프랑스의 디자이너 루이 레아가 투피스 수영복 발표를 하면서 도입되었다고 한다. 당시 세계는 경악했다. 그 뒤, 비키니가 유행의 물결을 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즐겨 입으면서부터였다. 우리나라도 이 시기에 ‘상어표 수영복’이 등장했고, 여름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이후 비키니는 노출을 통한 섹시함을 강조하면서 엄청 발전하였다.

 찜질방의 패션 또한 독특하다. 속옷인지 겉옷인지 구분할 수 없는 헐렁한 옷차림에 남녀가 같은 휴게 공간에서 담소한다. 남녀 공통의 패션이면서 땀에 젖은 모습을 보면 좀 어색할 정도이다. 무엇보다 로마의 가라칼라 황제가 2천명이 넘는 인원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공중목욕탕을 만들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그 목욕탕은 사우나 뿐 아니라, 온탕 냉탕을 비롯하여 각종 집회장과 도서관까지 갖추었다고 한다. 이 목욕탕이 후에 관능과 쾌락의 장소로 변하고 말았고, 이 때문에 로마는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비키니 해수욕장이든, 찜질방이든 피서의 행위는 존중되어야 마땅하고, 그들의 패션도 자유스럽게 수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빚어지는 문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옷은 인간의 역사와 같다. 그래서 옷은 나-남 사이의 관계에서 심리적 두려움을 감싸주기도 하고 자신을 통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옷은 인간행동을 규약 하는 기호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호에는 나름의 문법이 존재한다. 비키니나 찜질방 옷을 입고 행동할 때, 자신을 표출하는 몸짓이 문법을 생성한다. 그곳에서 자유를 찾고 생명을 찾아도 좋다. 하지만,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옷은 우리 몸의 마지막 표지이다. 옷은 날개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의식을 드러내는 상형문자이다. 비키니와 찜질방 옷을 입을 때, ‘공개된 나’에게 남겨질 이미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나의 의식을 다 드러내는 몸을 생각해 볼 일이다.

<전주교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