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찬 선생의 논술 지상강좌 (9)
최찬 선생의 논술 지상강좌 (9)
  • 승인 2005.08.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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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I. (공통) 제시문 (가), (나), (다), (라)의 내용을 각각 요약하시오.(50점)

II. (인문계) 네 개의 제시문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글이다. 각 제시문의 연관 관계를 밝히고, 공통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50점)

III. (자연계) 네 개의 제시문이 가진 공통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50점)

[제시문]

 (가)내가 나의 인권을 타인에 의하여 유린당하고도 저항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 차라리 나는 한 사람의 인간이기보다는 개로 남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 나 자신 가운데 있는 인간성의 권리를 존중하지 아니하는 행위에 대하여 나에게 주어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투쟁하는 것은 나의 의무이다. 이러한 인권침해를 감수하는 것은 나 개인의 삶에서 권리 없는 순간을 만들어 놓는다. …… 이 권리가 없으면 인간은 동물의 단계로 전락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이 하나의 인간이기를 주장하는 이 권리는 자기 자신을 도덕적 존재로 유지해야 할 의무에 속한다. 이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도덕적 자살이다.

(나)For eighteen hundred years, though perchance I have no right to say it, the New Testament has been written; yet where is the legislator who wisdom and practical talent enough to avail himself of the light which it sheds on the science of legislation?

The authority of government, even such as I am willing to submit to, -for I will cheerfully obey those who know and can do better than I, and many things even those who neither know nor can do so well, -is still an impure one: to be strictly just, it must have the sanction and consent of the governed. It can have no pure right over my person and property but what I concede to it. The progress from an absolute to a limited monarchy, from a limited monarchy to a democracy, is a progress toward a true respect for the individual. Is a democracy, such as we know it, the last improvement possible in government? Is it not possible to take a step further towards recognizing and organizing the rights of man? There will never be a really free and enlightened State, until the State comes to recognize the individual as a higher and independent power, from which all its own power and authority are derived, and treats him accordingly.

(다)But I do not mean to say that all disobedience is a virtue and all obedience a vice. Such a view would ignore the dialectical relationship between obedience and disobedience. Whenever the principles which are obeyed and those which are disobeyed are irreconcilable, an act of obedience to one principle is necessarily an act of obedience to its counterpart, and vice versa. Antigone is the classic example of this dichotomy. By obeying the inhuman laws of the State, Antigone necessarily would disobey the laws of the humanity. By obeying the latter, she must disobey the former. All martyrs of religious faiths, of freedom and of science have had to disobey those who wanted to muzzle them in order to obey their own consciences, the laws of humanity and of reason. If a man can only obey and not disobey, he is a slave; if he can only disobey and not obey, he is a rebel(not a revolutionary); he acts out of anger, disappointment, resentment, yet not in the name of a conviction or a principle.

(라)The battles for a free Press are a part of the march of democracy. From complete strangulation by an autocratic monarchy in England in the seventeenth century the Press has risen through heroic efforts to occupy a distinguished and necessary place in our form of government. Increased freedom and privileges were secured during the eighteenth and nineteenth centuries from legislatures and courts. As the people became enfranchised, the Press has been made free. In return it has been the duty of the Press to protect the public by bringing the activities and officials of government to the bar of public opinion through the publication of accurate facts and enlightened comment.

?유의 사항>

1. 답안에는 자신을 드러내는 표현을 쓰지 말 것.

2. 답안은 한글로 작성할 것.

3. 논술문의 제목은 쓰지 말 것.

4.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I은 총 500±50자, II는 700±100자, Ⅲ은 500±50자가 되게 할 것.

A. 출제 의도 및 문제 해설

고려대 논술 시험은 영문을 포함한 네 개의 제시문과 두 개의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제시문 중에서 세 개가 영어이므로 영문독해능력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두 개로 구성된 문제 중에서 첫 번째 문제는 주어진 네 개의 제시문의 내용을 요약하도록 하여, 학생들의 독해 능력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공통) 두 번째 문제는 네 개의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밝히고,(인문계) 제시문들이 나타내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도록 한다.(공통) 주어진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찾아내고, 이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여 공통 주제에 대해 체계적인 글을 쓸 수 있는가가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다.

네 개의 제시문이 나타내는 공통된 주제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도록 한 두 번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문 모두가 저항 문제와 관련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제시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에서는 인간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에 대한 저항이 권리이자 의무임을 선언하고 있다.

(나)는 정부가 개인의 허락과 동의 없이는 개인의 신체와 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그러한 권리를 행사하려 할 때 개인이 거부와 반대를 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다)는 국법과 도덕이라는 두 규범 간의 충돌로 인한 딜레마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을 예시로 들고 있다. 여기에서는 한 규범에 대한 불복종이 불가피한 근거로 개인의 양심과 이성 그리고 도덕률을 제시하였다.

(라)는 언론이 투쟁을 통해 자유를 확대해 왔으며 이는 과거의 전제군주제에서 현재의 민주주의에 이르는 진전 과정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제시문들 간의 연관관계를 묻는 질문은 수험생들이 사안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관계의 유형을 구성할 수 있는가를 파악하려는 의도에서 출제된 것이다. 따라서 정해진 답은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하나의 사례로서 제시문들이 관계된 방식을 제시하면, 첫째, 저항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와 (나)는 전자가 선언적으로 드러낸 데 반해 후자는 비유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서로 구별된다. 둘째, (다)가 구체적인 사례를 인용하고 있는 데 반해 (가)와 (나) 그리고 (라)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셋째, (가)와 (다)는 철학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나)와 (라)는 권력관계에 주목하여 사회 전체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저항으로 보고 있다.

B. 제시문 번역

<나> 어쩌면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신약성서”가 쓰여진 지 1800년이 지난 오늘날, 입법이라는 학문에 대해 이 책이 던져주는 빛을 활용할 만한 지혜와 실용적인 재능을 가진 입법자는 어디에 있는가?

정부의 권위는, 비록 내가 기꺼이 순종하려는 정부의 권위일지라도 아직까지는 순수하지 못하다. 내가 기꺼이 순종하겠다는 것은, 나는 나보다 더 잘 알고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즐거운 마음으로 순종하려고 하기 때문이며, 심지어는 나보다 잘 알지도 못하고 더 잘하지도 못하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엄정하게 말하면, 정부는 피통치자의 허락과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내가 허용해 준 부분 이외에는 나의 신체나 재산에 대해서 순수한 권리를 가질 수 없다. 전제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입헌군주제에서 민주주의로 진보해 온 것은 개인에 대한 진정한 존중을 향해 온 진보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민주주의가 정부가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진보일까?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고 조직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 국가가 개인을 보다 커다란 독립된 힘으로 보고 국가의 권력과 권위는 이러한 개인의 힘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인정하고, 이에 알맞은 대접을 개인에게 해줄 때까지는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화된 국가는 나올 수 없다.

<다> 그렇지만 내가 모든 불복종은 선이고 모든 복종은 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견해는 복종과 불복종간의 변증법적 관계를 무시한 것이다. 복종해야 할 원칙과 불복종해야 할 원칙이 양립할 수 없을 때에는 항상 한 원칙에 대한 복종은 필연적으로 그에 대립되는 원칙에 대한 불복종을 의미하게 되고, 그 반대도 역시 그렇다. 안티고네는 이러한 이분법의 고전적인 예에 해당된다. 비인간적인 법률에 복종하면 도덕률에 불복종하게 되고, 도덕률에 복종하면 법률에 불복종하게 된다. 종교적 신앙과 자유, 그리고 과학을 위해 죽어 간 모든 순교자들은 그들 자신의 양심과 이성, 그리고 도덕률에 복종하기 위해 그들로 하여금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억압하는 자들에게는 불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복종할 줄만 알고 불복종하지 못한다면 그는 노예이다. 반면에 불복종할 줄만 알고 복종할 줄 모른다면 그는 혁명가가 아니라 반도(叛徒)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자는 확신과 원칙에 의해서가 아니라 분노와 실망과 원한에 의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라> 자유로운 언론을 위한 투쟁은 민주주의 진보의 한 부분이다. 17세기 영국 전제군주제의 완벽한 교살에서부터 언론은 영웅적인 노력을 통해 들고 일어서 왔으며 우리 정치체제의 틀 안에서 현저하고 없어서는 안 될 자리를 차지해왔다. 확대된 자유와 책임은 18~19세기 동안 의회와 법원을 통해 보장되었다. 국민들이 참정권을 가지게 됨에 따라 언론은 해방되었다. 그 대신 정확한 진실과 명징한 논평을 통해 정부의 활동과 공무원들을 여론의 심판대로 올려놓음으로써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가 되었다.

C. 예시 답안

I) (가):인간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에 대한 투쟁은 인간으로서 가지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자신이 존중받아야할 인간임을 주장하는 이런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가 인간임을 부정하는 일이며 도덕적 자살이다.

(나):정부는 개인의 허락과 동의 없이는 개인의 신체와 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또한 민주주의의 진보에 대한 이상은 국가권력의 근원인 개인에 대한 적합한 대우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다):모든 불복종이 선은 아니다. 그러나 국법과 도덕 사이의 딜레마와 같이, 두 규범 간의 충돌로 인해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개인은 자신의 양심과 이성 그리고 도덕률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라):언론은 투쟁을 통해 자유를 확대해 왔다. 이러한 투쟁은 17세기 전제군주제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의 진전 과정이었다. 언론은 자유를 얻는 대신 국가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았다.

2) 제시문들은 저항에 대한 이해에서 두 가지 성향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가)와 (다)는 저항을 철학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전자는 인간존재의 자기존중을 강조하여, 인권침해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 것을 도덕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후자 역시 규범 간의 충돌이 일어날 때 개인의 행동이 양심과 이성, 도덕률 등에 근거한다고 파악하였다. 반면 (나)와 (라)는 저항을 권력관계라는 차원에서 다룬다. 즉 (나)에서 암시된 국가의 부당한 횡포에 대한 개인의 대응 가능성과 (라)의 국가에 대한 언론의 저항은 모두 권력에 대한 또 다른 권력의 행사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광경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다. 그런 대우에 대해 누구나 반감을 가지게 마련이지만, 물리적인 힘의 열세 때문에 그것에 저항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덕적 자살’이라는 말처럼 부당한 힘이나 권력의 횡포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존중받아야할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포기하는 일일 것이다. 이점에서 최근에 있었던 두발규제 완화요구는 학생들의 동의 없이 교육당국에 의해 유린되어왔던 인권을 되찾으려는 것으로 저항이 가진 긍정적인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저항이 선인가’라는 질문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GP총기난사와 같은 사건은 무조건적인 저항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모든 불복종이 선은 아닌 것이다.

결국 저항은 부당함에 대항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로 인한 결과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자신이 가진 양심?이성?도덕률에 반하지 않는 정당한 저항은 자신을 인간으로 증명하는 일일 것이다.

3)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광경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다. 그런 대우에 대해 누구나 반감을 가지게 마련이지만, 물리적인 힘의 열세 때문에 그것에 저항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덕적 자살’이라는 말처럼 부당한 힘이나 권력의 횡포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존중받아야할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포기하는 일일 것이다. 이점에서 최근에 있었던 두발규제 완화요구는 학생들의 동의 없이 교육당국에 의해 유린되어왔던 인권을 되찾으려는 것으로 저항이 가진 긍정적인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저항이 선인가’라는 질문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GP총기난사와 같은 사건은 무조건적인 저항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모든 불복종이 선은 아닌 것이다.

결국 저항은 부당함에 대항하는 것이어야 하며, 그로 인한 결과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자신이 가진 양심?이성?도덕률에 반하지 않는 정당한 저항은 자신을 인간으로 증명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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