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기능과 몫
국정원의 기능과 몫
  • 김진
  • 승인 2005.08.10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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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고 활동하는 게 정보원들이다. 그들 모두는 일하는 방식이나 상황은 다르겠지만 목적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일한다. 동서의 대립이 사라진 지금에 와서는 그들의 활동방식과 역할도 변하고 있다. 주로 산업동향, 신기술, 무기수·출입,국제입찰 등이 새로운 정보취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활동 방식을 보더라도 과거의 철저한 보안을 요하던 비밀성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 007로 잘 알려진 영국의 비밀정보국 MI6의 정식명칭은 SIS (Secret Intelligence Service)이고, 국내문제를 담당하는 MI5는 SS(보안국)이다. 이 SS같은 경우 공식홈페이지를 운영하며, 국장의 신원이나 사진 등을 언론에 보도하면서 공개적인 활동을 펴고 있는가 하면, 비밀성을 유지하는 MI6 역시 <정보보안위원회>를 통하여 지출, 행정, 정책을 감독받고 있다.

 * 백색 요원과 흑색 요원

 각국에서 파견되는 정보요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백색 요원(White Agency)이라 하여 상대국의 국가에 정식으로 정보요원 임을 밝히고 파견하며,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요원들인데, 군인이나 경찰 신분의 무관들이 이러한 신분이다.

 두 번째는 흑색 요원(Black Agency)이라 하여 주로 그 나라에 주재하는 민간회사의 직원이나 유학생, 기자, 교수, 선교활동 등의 명분으로 위장하여 음지에서 활동하는 비밀정보요원들을 일컫는다.

 특히 과거 구소련의 타스통신이나 이스베스티야 같은 언론기관의 특파원 중에 많은 수가 흑색 요원이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 우리의 국가정보원

 요즘 국정원이 과거의 불법적인 여러 행위들로 인해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의 ‘부훈’대로 “정보는 국력이다”는 본연의 업무에나, 또는 국민을 위해 묵묵히 충성해 온 많은 직원들의 사기에 심각한 손상을 주지나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간단한 하나의 예지만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되었던 경제관료는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경고하는 국정원의 보고서를 접하고, 금융감독원에 내용파악을 부탁했더니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현대문제가 터지고 난 후에야 정보의 가치와 더불어 국정원의 역할에도 공감의 폭을 넓혔다는 회고담도 소홀히 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 상처받은 자긍심에 위로를

 2003년 6월20일 노무현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정원을 방문하였을 때 식수한 ‘반송’ 앞의 기념비에는 ‘국민의 국정원으로’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지금 국정원은 스스로가 온 국민 앞에 과거의 잘못을 공개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으며, 국정원장이 나서서 압수수색까지 포함한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때에 국정원의 무용론이나 대체기관 설치를 논 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

 과거의 잘못은 밝혀야 하고, 그러한 잘못이 또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일임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국정원의 폐지나 그들의 애국심을 의심하기 보다는 국정원의 기능과 몫을 재정립하는데 힘을 모아주어야 할 것이다.

 국정원에서 해왔던 불법도청과 감청, 정치사찰 등 나쁜 행위들은 권력을 이용하려는 나쁜 정치인들이 있었기에 그들을 위해서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 땅에 정치인들은 국정원만을 탓하기에 앞서 함께 반성해야 할 문제며, 국정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드러난 나쁜 일만을 부각시키지 말고, 진정 국민을 위하여 양질의 정보를 캐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도 이렇다 할 변명 한마디 못하고, 음지에서 일궈온 자랑스러운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내지 못하는 대다수의 애국적인

직원들의 상처받은 자긍심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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