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축전> 북 당국대표단 `파격 행보'
<8.15축전> 북 당국대표단 `파격 행보'
  • 승인 2005.08.15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15 민족대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북측 당국 대표단의 거침 없는 ‘파격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북측 대표단은 14일 동작동 서울 국립현충원 현충탑을 참배한 데 이어 16일에는국회에 방문하고 17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입원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문병도 16일 계획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는 주로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고 있다. 현충원과 국회 방문은 당연히 처음이다.

 청와대의 경우 지난 6월 장관급회담 대표단이 예방하기는 했지만 이번 대표단이 방문하면 노 대통령 재임 기간 북측의 최고위급 대표단인 데다, 사실상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욱이 이 같은 행보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인식인 점에 비춰 향후 남북관계를 점쳐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북 당국 대표단은 먼저 14일 서울에 여장을 풀자마자 오후 3시 국립현충원을 방문, 6.25 전사자 위패와 무명용사 유골이 봉안된 현충탑에 묵념했다.

 이는 이번 8.15 당국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 5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북측이 먼저 제의를 하고 우리측이 9일 수용 의사를 전하면서 성사됐다.

 10초도 안되는 짧은 묵념이었고 현충원에 머문 시간도 10분 정도에 그쳤지만 불행했던 과거를 미래지향적으로 풀어 나가는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북측 대표단의 말처럼 언젠가는 넘어야 할 관문을 지났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17일로 예상되는 대통령 예방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6.15 행사때 평양을 방문해 마지막 날인 6월17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를 큰 틀에서 풀어냈던 딱 두달 전의 상황을 연상하게 한다.

북측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 역시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종전 북측의 관행상 ‘특사’라는 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지만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실상 특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 경우 현충원 참배의 연장선상에서 남북관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제의가 나오거나 정 장관이 6.17 면담에서 제의한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한 우리의 ‘중대제안’에 대한 확실한 답이 전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회 방문은 남북의회 협력을 예고하는 장면으로 평가될 수 있어 보인다. 김원기 국회의장 초청으로 방문한 것이지만 국회의장단과 각 당 원내대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남북관계특위위원장 등을 만난 뒤 오찬을 함께 하며 상호관심사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상견례나 단순한 의견교환에 그치지 않고 남북 국회회담 개최 등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기남 단장과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림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최승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우리의 현직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제1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직을 맡고 있다는 점은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또 폐렴 증세로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병문안은 2000년 6.15 공동선언의 당사자인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보인다. ‘의리’와 ‘인연’을 중시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