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과 영웅의 탄생
X파일과 영웅의 탄생
  • 김용재
  • 승인 2005.08.28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달라스. 어느 빌딩에서 이상한 폭발 사고가 발생한다. 우리의 영웅 FBI 특수 요원인 멀더와 스컬리는 폭발 사고를 조사하던 중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의문을 갖는다. 이들은 사고 이면에 거대한 세력이 존재함을 감지한다. 한편 텍사스 평원에서 한 아이가 땅 속 구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 후 아이의 생사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사고 지점은 일반인으로부터 격리된 채 무언가 알 수 없는 연구가 진행되는 곳이었다. 우리의 영웅은 그 곳에서 외계인의 실체와 그들에게 감염된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백신을 연구하는 시설을 발견한다. 두 사람의 집요한 추적과 숨겨진 음모를 밝히려는 노력은 짜릿한 스릴을 준다. 스컬리는 벌떼 피습으로 의식을 잃게 되고 멀더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정부의 감추어진 음모를 밝혀내려고 모험 세계에 뛰어든다.

 이 이야기는 1990년대 후반 어느 방송사를 통해 인기리에 방송된 연재물 의 한 대목이다. 후에 영화로 각색되기까지 했다. 외계인의 실체를 인정하고, 알 수 없는 살인 사건을 쫓다가 종국에는 정부의 음밀한 계획을 폭로하는 이 연재 드라마는 밤늦은 시각에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드라마는 사건의 반전과 놀라움, 음모와 반역, 휴머니즘과 판타지를 적당히 섞는 위트가 어우러져 긴장된 즐거움을 주었다.

최근에도 우리 사회가 영화만큼 선득한 X-파일 사건으로 긴장하고 있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도청 사실이 서서히 밝혀지고, 도청 내용에 대한 언론사의 취재로 그동안 알게 모르게 ‘카더라 통신’으로만 알려진 정계와 재계의 끈적거린 유착이 국민에게 여실히 공개되고 말았다. 우리 국민들은 감청 장치가 얼마나 발달했는지 테크놀로지의 경이로움에 탄복하기도 하고, 재벌 그룹의 조직적인 정치 자금 조달에 놀라기도 했다. 일반인들의 시각은 수사의 범위가 불법적 도청에 있든지, 도청 내용에 대한 수사로 옮겨야 하는지 따지려 들지 않는다. 단지 한 꺼풀씩 벗겨지는 사실들 사이에서 놀라다가 한숨을 쉬고 말 뿐이다. 참 걱정이다. 숨겨진 비밀과 음모, 거대한 몸통에 대한 아련한 추측이 또 다른 의혹으로 번지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이럴 때, 멀더나 스컬리같은 영웅을 만나고 싶다. 속 시원하게 비밀의 원류를 알아내고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버리지 않는가.

 X-파일은 접근 불가능의 정보, 알려지지 않은 엄청난 비밀을 내포하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이를 파헤치는 자들은 일시적인 영웅으로 탄생한다. 영웅의 탄생 저변에는 혼잡한 사회가 바탕에 깔려 있다. 우리의 걱정은 바로 이 지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갈등과 아귀다툼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그리고 늘 영웅의 탄생을 비는 존재가 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자라나는 2세들은 어른들의 풍경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잘 알지 못하는 현실을 불신의 멍에만 가득 안고 있다고 느끼게 하면 안 된다. 어른들의 말 한 마디는 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때, 신뢰와 권위를 갖는다. 연예인 X-파일이 떠돌 때도 우리의 아이들은 들춰낸 자는 영웅이요, 연예계는 불신과 갈등이 내재한 불순한 존재로 인식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들춰낸 자가 이 사회의 진정한 영웅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영웅의 탄생과 사회의 관계는 거대한 아이러니이다. 최근의 X-파일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관심이 X-파일 내용에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영웅을 가려낼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 혜안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기도 하다. 긍정의 가치가 곧 해결의 열쇠이다.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고 믿음과 희망이 있는 인간관계로 만들 수 있는 힘이 긍정적인 안목이다. 부정적 인간형을 탄핵하고 불신과 음모를 경계하고 진리를 추구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는 모습이 긍정 지향의 가치관이 지닌 사고의 틀이다. X-파일 사건을 화제로 삼아 이야기해보자. 그 속에서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찾는다면 이미 행복한 사회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전주교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