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패러독스
수학의 패러독스
  • 승인 2005.08.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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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그리스 수학자인 엘리아의 제논(기원전 495~435)은 다음의 역설(패러독스)을 제시하였다. “아킬레스는 거북이보다 10배 빠르게 달릴 수 있다. 그는 거북이가 1km 앞서서 달리도록 하고 경주를 시작하였다. 아킬레스가 1km 달렸을 때 1/10km를 앞서 있다. 아킬레스가 다시 이 1/10km를 쫓아갔을 때 거북이는 여전히 1/100km만큼 앞서 있다. 이 과정은 무한히 반복된다. 즉 거북이는 항상 아킬레스보다 얼마만큼은 앞서 있다.” 이것은 아킬레스가 이 경주에서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리스의 철학자 유불리데스에 의해 제기되었던 역설은 다음과 같다. “한 줌의 모래로는 모래더미를 만들지 못하고, 여기에 한 줌의 모래를 더한 두 줌의 모래로도 모래더미를 만들지 못한다. 모래더미를 이루지 못한 것에 모래 한 줌을 더한다 해도 모래더미를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모래더미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제논은 선분위에 있는 점들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역설을 주장했다. “만일 점이 크기를 갖고 있지 않는다면 다른 점을 원래의 한 점에 더해도 역시 크기를 갖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점이 크기를 갖지 않는다면 선분은 무한개의 점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선분은 크기를 갖지 못한다.”

 왜 이런 역설이 나왔을까? 이런 역설은 거의 2000년 이상 아무도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고 반박을 할 수 없었지만, 18세기 문예부흥이후에 무한 개념과 극한 개념이 만들어진 다음에 비로소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0.999999999.... 는 1과 같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또, 0.1, 0.01, 0.001, 0.0001... 이런 방법으로 무한하게 계속되면 0에 한없이 가까워진다는 것을 몰랐다.

 하지만, 현대에 미적분 개념이 정립된 우리는 알고 있다. 극한 개념을 이용해 제논의 패러독스를 해결해 보면, 아킬레스는 1111과 1/9m에서 만나게 된다. 만약, 경기장이 이 보다 짧다면 거북이 승리할 것이고, 이것보다 크다면 아킬레스가 이기게 될 것이다. 이것 말고도, 모든 운동은 없다고 주장하는 패러독스도 있는데, 이것도 극한의 개념이 빠진 것으로, 오늘날에는 역설에 불과하다.

 재미있는 거짓말쟁이 역설로는 성경 가운데 디도서(1:12)에 나온다. “그레데인 중에 어떤 선지자가 말하되, 그레데 인들은 항상 거짓말쟁이며”라는 말이 있다. 선지자 자신이 그레데인 이므로 이 경우 ‘그레데인은 항상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긍정하거나 부정하거나 간에 모순을 낳는 것이므로 역설이 된다.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거짓말이다”라는 문장(S)의 진위를 생각할 경우 가령 S가 참이라고 한다면 이 문장의 내용 그대로 “S는 거짓이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되고 만다. 또한, 가령 S가 거짓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바로 S가 말하고 있는 것 그대로가 되어 그 결과 S는 참이 되고 만다. 즉, S를 참이라 가정하거나 거짓이라 가정하거나 간에 석연하지 않은 결과가 된다.

 이 예문처럼 자기 자신이 거짓임을 말하는 명제를 인정하는 데서 생기는 역설을 일반적으로 ‘거짓말쟁이의 역설’이라고 한다. 이 역설은 이미 B. C. 4세기부터 논리학자들 사이에서 거론되었고, 특히 중세에 와서는 여러 가지 해결책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20세기 폴란드의 수학자 타르스키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어떤 사실에 관해서 말하는 언어와 그 언어에 관해서 말하는 언어(가령 어떤 명제의 진위를 논하는 말)는 계층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볼 때 앞서 나온 S와 같은 명제는 논리상의 문법 위반을 범하고 있는 가짜 문장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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