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법부 수장에 거는 기대
새 사법부 수장에 거는 기대
  • 진봉헌
  • 승인 2005.08.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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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법부 수장으로 이용훈 전 대법관이 내정되었다. 앞으로 국회에서 진행할 인사 청문회와 국회의 동의 절차가 남아 있기 하지만 이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시민단체에서 동시에 추천한 분들 중의 한분이어서 특별히 이의를 제기할 집단도 없다.

참으로 행복하게 시작하는 셈이다. 그러나 근래에 재임했던 역대 대법원장들과 비교해 보면 신임 대법원장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역할과 과제를 맡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신임대법원장에게 거는 기대도 크고 본인의 어께에 주어진 짐도 무겁다.

무엇이 어렵고 힘든가.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마음인 민심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로는 대통령부터, 밑으로는 평범한 시민들까지 변화와 개혁을 해야 한다는 조바심은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확고한 좌표 설정이 되어 있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마저도 쉽게 짓밟히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인륜이 땅에 떨어지고 사회의 기본질서 마저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다.

예를 들면 엄연히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고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임에도, 불법 도청된 테이프 내용을 공개하라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을 들으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또 하나, 소위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방송사 노조들의 경우 주인이 없는 조직의 특성상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사문제를 비롯한 경영상의 문제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편파적인 방송을 서슴지 않는 현 상황을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부의 역할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차대하다. 사법부마저 표류한다면 이 나라는 끝이다. 대통령과 국회가 표류하는 민심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의를 지킬 수 있는 집단은 사법부밖에 없다. 특종만 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는 언론을 믿을 수 있는가, 아니면 이미 중립성과 공정성을 상당부분 상실한 시민단체를 믿을 수 있는가.

우리가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산업화와 민주화의 소중한 성과는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위협요소는 너무나 많다. 한 번의 선거에서 이겼다고 하여 정치판 자체를 재편하고 항구적인 우위체제를 확보하려는 정치권의 시도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공룡처럼 거대해져 거액의 촌지를 뿌리며 권력과 언론을 사실상 지배하려고 하는 재벌들도 법치주의를 위협한다. 노동귀족화되어 회사의 약점을 잡아 온갖 이권에 개입하는 노조 역시 비능률과 부패로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을 벼랑끝에 내모는데 방조하고 있다.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직능단체들은 여당.야당 또는 보수.진보로 편이 갈라져 한쪽 편드는데 정신이 없다. 이러한 와중에서 국민들은 누구의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다행히 현대 국가에서는 이러한 모든 갈등과 분쟁이 종국적으로 재판의 형태로 사법부의 최종판단을 받게 된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는 사법부가 흔들림 없이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의 옹호라고 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시장경제라는 핵심적인 제도를 발전시켜 갈 것을 기대한다. 더 나아가 창조적인 법해석으로 사회 양극화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적인 가치를 제시해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전주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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