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의 중심은 ‘소리’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의 중심은 ‘소리’
  • 곽병창
  • 승인 2005.09.04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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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전통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이 바야흐로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제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역의 민관 협력이 중요한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남은 과제는 과연 전주를 어떤 전통문화중심도시로 만들 것인가에 지혜를 모으는 일이다.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요체라 할 음식과 한옥, 공예, 한지, 소리 등의 여러 세목들 가운데에서 전주가 전면에 내세워서 다른 지방과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것으로 ‘소리’만한 게 없다. 소리를 중심에 둔 전통문화중심도시로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한 사업의 요체는, 전통문화의 핵심적, 철학적 기반인 지역공동체의 복원이다.

 지역공동체의 복원이란, 전주가 소리도시라는 전주민적 자긍심을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의 일상과 부합한 생활의 문제로 현실화하는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역민의 일상적 생활에 전주의 소리가 구체적으로 다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누가 강제하지 않아도 전주의 구석구석에 한국화와 서예 몇 점씩이 걸려 있음을 자랑스러워하듯이, 아침이면 많은 시민들이 콩나물국밥으로 숙취를 달래는 것이 지역만의 독특한 풍경이 되었듯이, 시민의 일상 속에 소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할 때에 비로소 소리도시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곧 ‘전주 소리의 일상화를 통한 소리 도시로서의 공동체성 회복’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주만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회복, 창조하자는 것이며, 그 기반 위에서, 이른바 문화관광, 체험관광의 광범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소리중심 전통문화공동체 운동의 성패는 전적으로 선도적 인력의 활용 여부에 달려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의 선도적 인력은 전적으로 전주시의 공공영역에 종사하는 공무원과 그 주변 인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몇 가지 방향을 예시하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공무원을 포함한 전주시의 공공영역 종사자들에게 소리와 관련한 취미와 특기를 갖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공무원 교육 프로그램에 전주 소리와 관련한 여러 커리큘럼을 포함시키고, ‘1인 1악기 운동’ 등의 캠페인 성 이벤트를 개발, 확산하며, 소리 관련 동아리활동에 대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는 등의 방안이 그것들이다.

 둘째, 전주시가 주도하여 이루어지는 각종 의식과 행사에 전주의 소리가 중심에 놓이도록 한다. 이미 국민의례 등의 의식음악에 쓰이고 있는 전국표준의 배경음악은 그대로 두되, 그 방식을 좀 더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관청, 각급 학교, 기업 등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형태의 집단의례, 정례 회합, 지역 방송의 정규 프로그램에 전주 소리를 일상적으로 듣거나 따라 할 수 있는 과정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중간지대라 할 수 있는 민간위탁 시설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다. 전통문화센터, 한옥체험관, 역사박물관 등,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몇몇 시설들은 물론이거니와, 문화의 집, 청소년문화의 집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양한 층위(세대별, 직업별, 장르별, 지역별 등)의 소리 관련 동아리를 조직해내고 이들을 활용한 시민예술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은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동의와 참여로 완성된다. 하지만 시민 참여는 이를 지역공동체의 문화개변운동으로 이끌어가려는 선도적 주체들의 노력과 헌신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소리’를 사랑하던 지역과 그 지역민으로서의 집단적 기억을 회복하는 일이 곧 대사습이나 소리축제를 바로 서게 하는 지름길이며, 그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전통으로 미래를 꿈꾸려는 전주시의 노력도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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