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나치수열
피보나치수열
  • 승인 2005.09.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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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판을 수놓는 꽃들은 각각 꽃잎을 몇 장씩 갖고 있을까? 백합과 붓꽃이 3장이고, 채송화와 동백은 5장, 모란과 코스모스는 8장이다. 꽃잎이 많은 꽃들도 있어 금잔화는 13장, 치커리는 21장, 질경이와 데이지는 34장, 쑥부쟁이는 55장 혹은 89장의 꽃잎이 달려 있다. 이런 꽃잎의 수들 3, 5, 8, 13, 21, 34, 55, 89라는 수에는 규칙성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들을 잘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규칙성을 가지고 있다. 3+5=8','5+8=13' 하는 식으로 앞의 두 숫자를 더하면 바로 다음에 오는 수가 된다. 

 우리는 이런 규칙을 가진 수의 배열을 ‘피보나치수열’이라고 한다. 12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의 이름을 딴 것이다. 왜 많은 꽃들이 피보나치 수만큼의 꽃잎을 가진 걸까? 꽃이 활짝 피기 전까지 꽃잎은 봉오리를 이뤄 안의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 꽃잎들이 이리저리 겹치며 가장 효율적인 모양으로 암술과 수술을 감싸려면, 피보나치 수만큼의 꽃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수학자들이 알아냈다. 피보나치수열은 원래 수학자 피보나치가 만든 다음 문제에서 탄생했다. ‘갓 태어난 한 쌍의 토끼가 있다. 토끼 한 쌍은 두 달 후부터 매달 암 .수 한 쌍의 토끼를 낳는다. 새로 태어난 토끼들도 마찬가지다. 이 때 매달 토끼는 몇 쌍이 될까?’ 적어보면 ‘1, 1, 2, 3, 5, 8, 13, 21, 34…’가 된다. 바로 피보나치수열이다.

  해바라기 씨에서도 피보나치 수가 나온다. 해바라기에 씨가 박힌 모양을 잘 보면, 오른쪽과 왼쪽으로 도는 두 가지 나선을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좌. 우 나선의 수를 보면 하나가 21이고 다른 것은 34, 하나가 34이면 다른 것은 55 하는 식으로 두개의 연이은 피보나치 수가 된다. 이런 방법만이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씨를 품을 수 있다. 피보나치수열은 인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겼던 황금비(약 1:1.618)와도 관련이 있다. 피보나치 수가 아주 커지면, 수열에서 잇닿은 두 숫자의 비율이 바로 이 황금비가 된다. 피보나치수열은 신비롭게도 황금비를 만들어낸다. 2/1 3/2 5/3 8/5…를 계속 계산하면 1.618…이란 황금비에 수렴한다. 음악의 거장 바르톡은 피보나치수열에 따라 음악의 마디를 나누고 황금분할 점에 클라이막스를 두는 새로운 음악을 제창하기도 했다. 이 수열은 식물뿐 아니라 바다에 사는 고둥이나 소라의 나선구조에도 나타난다. 그리고 이 수열은 운명적으로 신의 비율인 황금비를 만들어낸다. 황금비는 피라미드 파르테논신전이나 다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시작해 오늘날에는 신용카드와 담배 갑의 가로 세로 비율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러나 사람만이 황금비를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황금비는 태풍과 은하수의 형태, 초식동물의 뿔, 바다의 파도에도 있다. 배꼽을 기준으로 한 사람의 상체와 하체, 목을 기준으로 머리와 상체의 비율도 황금비이다. 이런 사례를 찾다보면 우주가 피보나치수열의 장난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황금분할의 비율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도가 가장 안정적이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우리가 태어나서부터 황금분할의 비율이 가장 안정적이고 편하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비율이라고 교육 받아와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우리는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져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우리가 꽃을 보면 아름답고 뱀이나 벌레를 보면 공포심 또는 혐오감을 느끼는 감정이 교육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나 똑같은 것이다. 

 주식시장에 관해서도 피보나치 수와 관련된 이론이 있다. 1930년대 중반 미국의 증시분석가 엘리엇이 내놓은 것이다. 그는 75년 동안의 주가 변동을 연구한 끝에 주가를 밀어 올리는 파동과 끌어내리는 파동이 있는데, 각각 올리거나 내리려는 정도는 피보나치 수와 관계있다는 엘리엇 파동 이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현상을 이리저리 분석해 꿰어 맞춘 것일 뿐 주가 변화를 예측하는 정확한 이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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