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68> 남녀가 유별한데
평설 금병매 <468> 남녀가 유별한데
  • <최정주 글>
  • 승인 2005.09.13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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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맞바람이 불다 <53>

일부러 반금련이 오고있는 담벼락 밑으로 걸어가며 미앙생이 한 눈을 파는 체 하다가 어깨와 어깨를 여지없이 부딪혔다. 그 순간 미앙생의 소매 속에서 보정환 뭉치가 떨어지고 반금련이 들고 있던 부채가 파르르 나비처럼 날다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미앙생이 얼른 허리를 굽히고 반금련의 부채를 주워 내밀었다.

“아이구, 이것 죄송합니다. 제가 시문을 생각하다가 그만 부인이 오시는 것을 못 봤습니다.”

미앙생이 너스레를 떨며 부채를 내밀면서 일부러 반금련의 손가락 끝을 가만히 눌렀다. 반금련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약방에서 보았던 호남아시군요. 약이 떨어졌군요. 약은 제가 주워 드리지요.”

반금련이 살며시 허리를 굽히고 보정환 뭉치를 주워 내밀었다.

“이렇게 고마울데가. 부인은 참으로 마음씨가 고운 분이시군요. 제 욕심같아서는 부인과 어디 조용한 객잔에 가서 차라도 한 잔 나누고 싶습니다만, 그건 초면에 실례가 되는 일이겠지요?”

“남녀가 유별한데 그럴수가 있나요? 여기 청아현에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답니다.”

반금련이 눈을 내리깔며 입을 반만 벌리고 웃었다. 그 모습이 사내의 애간장을 녹였으나, 당장 반금련을 어떻게 해볼 생각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천하의 색녀라는 반금련을 그냥 보내기에는 또 아까웠다.

“그러시겠지요. 서문대인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부인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그러고 보면 유명하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군요.”

“그렇답니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행동에 조심해야된다는 뜻이거든요. 헌데, 선비님은 청아현 분이던가요? 한번도 뵌 일이 없는 분같군요.”

“백리 밖의 장가현에서 왔습니다. 지금은 무자암에서 글을 읽고 시문을 짓고 있습니다.”

“아, 학문을 하는 선비시군요. 선비님께서 보정환이며 보정고는 어디에 쓰시려고 사가십니까?”

반금련이 서문경의 부인답게 한 눈에 약을 알아보고 물었다. 그런데 얼굴빛이 장난기는 있었으나, 이 쪽을 놀리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무자암에 함께 공부하는 선비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가 필요하다고 나가는 길에 사다달라고 해서 산 것입니다. 저한테는 필요없는 약들이지요. 오히려 그 반대의 약이라면 모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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