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파이(π)
친환경 파이(π)
  • 전성군
  • 승인 2005.09.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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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동안 침묵하던 매미가 드디어 허물을 벗고, 단단한 나무에 매달려 수맥을 뚫다가 개미떼들이 그걸 알고 달려들어 차지해 버린다. 5, 6일 정도 죽어라 악을 쓰던 매미는 스르르 생을 마감하고 그 육체마저 개미떼들의 밥으로 제공한다. 왜 그리 악을 쓰고 울어댈까? 아이들이 잡으러 가도 도망갈 생각도 않고 그저 몸을 내 맡기는 매미, 혹 귀가 먹은 건 아닐까? 그건 아니다. 흔히들 얘기하는 짝짓기를 위해 우는 건 아닐까? 그것도 아니다 매미는 언제나 암수가 붙어 있으니까? 아마도 환희의 찬가를 목청껏 불러대고 있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절망이라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쑥 찾아 와버린다.

 하지만 절망의 순간이 다가왔다고 마음까지 웅크려서는 안될 것이다. 매미를 보라.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의 찬가를 부르고 있지 않은가? ‘울진친환경농업 엑스포’ 그런 희망의 찬가가 올 여름 울진에서 울려 퍼졌다. 다름 아닌 세계친환경 농업엑스포이다. 독일,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친환경 농업엑스포는 친환경 농업과 인간을 지키는 생명산업이란 주제로 바다와 계곡, 숲으로 둘러싸인 행사장에서 농업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화려한 잔치, 말 그대로 축제였다. 친환경 교과서나 친환경 지침서가 농군들에게 맞춤형 정보가 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울진 친환경 엑스포’생명축제는 소중한 매뉴얼일 수밖에 없다. 분화하고 진화하는 친환경 정보를 우리 농촌 속 유전자로 바꿔 실전을 통해 검증해나가기 위한 이번 축제는 과거 전통농법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이제 농업도 마을농법에서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나름의 영역을 차지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친환경 농법과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21세기 현재진행형 ‘깜찍 발랄한’ 오리농군들이 제몫을 다해주고 있다.

 특히 울진군에는 10만명(10만마리)의 오리농군들이 있다고 한다. 도시 사람들의 찌든 입맛을 신선한 오리쌀로 보약처럼 먹게 하는 것이 오리농군들의 희망이다. 희망이 없다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암흑과도 같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버텨나갈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공황 시절 루스벨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을 때 일이다. 기자 한사람이 그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걱정스럽다든가 초조할 때는 어떻게 마음을 진정시키십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휘파람을 붑니다’라고. 그러자 기자는 의외라는 듯 다시 질문을 했다. 제가 알기로는 대통령께서 휘파람을 부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이 없다던데요.

 그러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고 한다. 당연하죠. 난 아직 휘파람을 불어본적이 없으니까요. 루스벨트의 이 한마디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대통령으로서 초조하거나 걱정스러운 적이 없었겠는가마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들은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더불어 경기 침체의 여파 속에 있는 국민들에게 아직 미국은 든든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지치고 힘들 때 이런 말 한 마디는 사람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감싸준다. 이처럼 절망 속에서도 재치 있는 한 마디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새로운 힘을 불러일으킨다. ‘친환경농업 확산’ 이제부터 우리·농촌도 희망을 갖자. 덩치가 큰 대농(大農) 보다 발상전환이 빠른 소농(小農)이 승리할 수도 있다. 예컨대 한국농업의 핵심역량인(Core Competence)친환경 농업의 강점에 걸 맞는 성공공식을 찾아서 이에 대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함은 물론 이에 따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앞으로 블루오션 시장에서 따라잡기와 벗어나기의 불꽃 튀기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작은 발상들이 하나하나 모여 머지않아 블루오션 시장에서 힘찬 불꽃으로 타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농협중앙교육원 교수.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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