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영혼을 깨우는 우리의 멋을 즐겨보자
소리, 영혼을 깨우는 우리의 멋을 즐겨보자
  • 김용재
  • 승인 2005.09.21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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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세계소리축제가 전주에서 열린다. 올해 다섯 번 째를 맞는 소리 축제는 50개의 공식 초청 공연, 250여개의 자유참가 공연과 딸림행사로 꾸며진다. ‘난(亂), 민(民), 협률(協律)’을 주제로 내세운 이번 축제는 지역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함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전주 하면 떠오르는 소리, 판소리가 지역성을 대표하고 있다면, 8개의 해외팀의 공연은 세계성을 상징하고 있다. 근간은 지역에 두고, 세계의 소리를 지향하는 기획이 돋보인다. 단순히 백화점식 나열에 그치지 않고 나름의 의미를 하루의 공연에 골고루 배치하고 있는 점이 관계자들의 심사숙고가 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관중을 수용하는 야외 공연장이나 놀이마당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전통놀이 축제들은 소리와 놀이를 연계하는 집단가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소리는 인간의 표현 본능 중 가장 원초적인 문화 행위이다. 소리를 듣는 행위는 생명의 탄생을 깨닫는 위대한 순간이다. 최고의 악기라는 사람의 입을 통해 직접 표현하는 소리를 비롯하여, 자연을 닮은 다양한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의 어울림, 이는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의미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는 위대한 생명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소리를 통해 화해와 어울림을 배우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가지런히 정돈됨을 느끼고, 공감과 감동 속에서 나를 깨닫기도 한다. 이러한 소리를 즐기는 마당이 우리 고장에서 연례적으로 열린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지역 축제가 안고 있는 문제가 노정되지 않게 유도되어야 한다. 이벤트성, 일회성으로 그쳐 예산 낭비만 했다든지, 소리 축제만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행사 진행을 위한 문화 사업으로 치우쳤다는 평가가 나와서도 안 된다. 또한 전공자만의 잔치가 아닌, 일반 지역 주민이 많이 내왕하여 즐기는 대중성을 확보한 행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축제’가 아니던가.

 축제는 놀이성과 제의성을 동시에 지닌다. 놀이성이 있어야 축제는 ‘일상으로부터의 즐거운 일탈의 경험’과 ‘어우러짐’의 장을 열 수 있다. 그러면서 지역 주민과의 대동성, 연대성, 문화 소통을 통한 인간 재발견이라는 제의적 성격을 함유하고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놀이성에 집착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제의적 성격만 강조해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사의 기획팀과 행정 부서의 협조체제나 문화계 인사들의 강렬한 일체감이 요구된다. 또한 각종 시민단체나 학교, 재계, 언론할 것 없이 모두가 행사 진행자라는 것을 같이 인지해야 한다. 이것이 성공적인 지역 축제의 필수 조건이다.

 그렇다면, 이번 소리 축제가 성공하기 위한 충분 조건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지역 주민인 바로 우리들이다. 공연장에 가서 소리를 듣고 박수 치고 추임새를 넣을 수 있는 우리의 여유이며 풍류 정신이다. 지역 축제들이 갖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그 지역 주민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행사는 있고 그를 즐기는 사람이 없다면 이미지만 가득한 가공의 허상으로서 축제만 있게 된다.

 전주는 소리의 고장이라는 말들을 곧장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판소리를 듣고 즐기는 귀명창이 많아야 한다. 세계 각국의 소리를 듣고 감동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야 한다.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짤스부르에 가면 모차르트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시민들이 모차르트 전문가이다. 전주 시민은 소리의 고장에 사는 사람답게 소리를 즐기는 풍류가이면서 훌륭한 소리를 가늠할 줄 아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전통문화를 관광자본으로 삼으려면 그 지역 사람부터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즐겨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소리 축제가 지리한 ‘관성적 반복성’으로 의례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에서 함께 나서서 전주를 들뜨게 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전주시민은 무조건 한 번 소리문화의 전당으로 달려 갈 볼 일이다. 무엇보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들에게 소리의 마당 속으로 안내해야 한다. 일선 학교에서는 과감하게 체험 활동으로서 축제 즐기기 교육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동량들은 문화적 유대감과 자랑스런 지역에 산다는 자부심을 얻게 될 것이다. 공연장에서 어울리며 모두가 하나되는 제의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번 전주 세계소리축제만큼은 뒷소리, 걱정하는 소리 하나 없는 진정한 지역 축제 한마당 잔치가 되길 바란다.

<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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