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72> 처사님이 동행을 해주신다면
평설 금병매 <472> 처사님이 동행을 해주신다면
  • <최정주 글>
  • 승인 2005.09.21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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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맞바람이 불다 <57>

‘이놈아, 그만 죽거라, 죽어.’

아직도 단단히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물건을 손으로 툭툭 튕기며 미앙생이 중얼거릴 때였다.

“계셔요? 안에 아무도 안 계셔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앙생이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한 눈에도 청루의 기생임을 알아볼 수 있을만큼 분을 덕지덕지 바른 여자 하나가 미앙생을 올려다 보았다.

“누굴 찾아오셨는지요?”

미앙생이 물을 때였다. 여자가 미앙생의 사타구니를 흘끔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미앙생이 얼른 허리를 숙여 사타구니의 불룩한 부분을 감추었다.

“여기 장처사님이라고 있다면서요?”

그 여자 역시 장굉의 대물 소식을 듣고 온 것이 분명했다.

“장굉은 내 하인인데, 지금은 시장에 가고 없소.”

“그래요? 소문을 듣고 보려고 왔는데요.”

여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보아하니, 어지간한 사내로는 만족을 못하는 색을 좋아하는 여자가 틀림없었다. 장굉의 소식을 듣고 은자 닷냥을 준비해 가지고 부랴부랴 달려왔는데, 막상 장굉이 없다고 하자 실망을 한 모양이었다.

미앙생은 아쉬운대로 나는 어떻소? 하고 물으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여자의 속내를 짐작한 녀석이 이번에는 실망을 안 시키고 주인님의 체면을 살려줄 것이니, 기회를 달라고 껄떡대고 있었지만, 쉽게 그러자고 할 수는 없었다.

‘안 돼, 이놈아.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너는 반부인 앞에서나 아니면 손부인이나 이부인 앞에서 고개를 들어야해.“

미앙생이 손으로 사타구니 사이의 그놈을 지긋이 눌렀다.

“제가 기다리면 장처사님이 오시겠지요? 방에 들어가서 기다리면 안 될까요?”

기왕에 미앙생의 물건이 일어서 있는 모습을 보았던 여자가 꿩대신 닭이라도 잡겠다는 심사였는지, 방으로 들기를 청했다.

“남자 혼자 사는 방에 여자를 들일 순 없지요. 정 장처사를 만나고 싶으면 소일암에 가서 기다리시지요. 어두워지기 전에는 올 것입니다.”

“산길을 여자 혼자 어떻게 가겠어요? 처사님이 동행을 해주신다면 몰라도.”

“제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읽던 글을 마저 읽어야합니다. 정 그러시면 냄새가 고약하기는 합니다만, 장굉의 방에서 기다리시던지요. 바로 옆방이 장굉이 머무는 방입니다.”

“그래도 되겠어요? 고마워요.”

여자가 웃을 듯 말듯한 얼굴로 예를 갖추고는 장굉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시장에 간 장굉이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깊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여자가 가끔 문을 열고 밖을 살피는 기색이다가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에 미앙생의 방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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