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75> 난 아직 방사도 안했는데
평설 금병매 <475> 난 아직 방사도 안했는데
  • <최정주 글>
  • 승인 2005.09.25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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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맞바람이 불다 <60>

“아으, 미치겠어요. 내가 미치겠어요. 어윽 어윽.”

여자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숨이 꺽꺽 막혀하는 울음이었다.

‘이 여자라면 내가 죽여줄 수도 있겠구나. 몇 번이건 극락에 보낼 수가 있겠구나.’

미앙생이 살몽둥이를 움죽거리는 장난질을 계속하며 입으로 여자의 귓부리를 물고 혀끝으로 장난을 쳤다. 입술로 잘근잘근 깨물다가 혀를 귓속 깊이 넣고 휘젓기도 했다. 이번에는 좀 더 강한 반응이 여자의 살집에서 느껴졌다. 조이는 힘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었다. 여자의 움직임을 잠시 즐기다가 미앙생이 이번에는 자신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몽둥이를 깊이 넣지 않고 중간까지 힘껏 넣었다가 서너차례 움직여주다가 힘껏 빼내기도 하고, 힘껏 넣었다가 살며시 빼내는 장난을 되풀이 했다.

“아흐, 그만, 그만, 나 죽겠어요. 그만해요. 나 죽겠어요.”

여자가 울음섞인 비명을 내질렀으나 미앙생은 못 들은 체 했다. 어차피 불집은 여러 곳을 들쑤신다고 불이 잘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불이 더 잘 타는 것도 아니었다. 진짜 불씨를 찾아 살살 들쑤셔 불길을 살린 다음에는 입으로 훅훅 불어주다가, 모자란다 싶으면 부채로 활활 부쳐주면 되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미앙생이 불씨를 향해 입으로만 훅훅 불고 있는 중이었다. 불은 이미 활활 타고 있는데도 입으로만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었다. 그 불을 완전히 태우기 위해서는 이제 부채질이 필요할 때였다. 아니, 이미 불길이 활활 타고 있으므로 사실은 불은 저 혼자서도 타오르기 마련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미앙생의 뇌리를 스쳐갔다.

‘이것이었구나. 진정한 살놀음이 이런 것이었구나.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이 하나로 합일되는 이것이 진정한 합궁이었구나. 이 여자는 지금 자신의 불씨가 어디 있는 줄도 모르면서 장굉이 놈의 대물을 찾아왔었구나. 여자한테 꼭 필요한 것은 홍두깨같은 대물이 아니라 불씨를 건드려줄만한 길이의 부지깽이였구나. 불씨는 아궁이 가까운 곳에 있는데 구들장 밑만 냅다 후빈다고 불이 붙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가까운 불씨를 후비는데 구태여 기다란 부지깽이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여자들은 참으로 어리석구나. 무조건 대물만 찾는 여자들은 돼지보다 더 어리석구나.’

미앙생이 그런 생각을 하느라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있을 때 숨을 돌린 여자가 말했다.

“처사님은 참 대단해요. 아직까지 처사님같은 남자를 만난 일이 없어요. 이제보니 처사님이 정말 대물을 가진 분이었군요. 아까 대물의 주인은 장을 보러 갔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군요.”

“그런가요? 난 아직 방사도 안했는데, 부인은 만족을 느끼셨다는 말씀으로 들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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