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왜 진학하는가?
대학에 왜 진학하는가?
  • 최희섭
  • 승인 2005.09.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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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대학의 신입생들에게 대학에 왜 왔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는 아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별다른 생각없이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의 신입생들이 대학에 다니는 목적을 생각하지 않고 대학에 들어오는 것은 대학이 국민 모두가 거쳐야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의 장 내지는 보편교육의 장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훈화 중의 하나가 “열심히 공부해라, 대학에 들어가서 실컷 놀아라”라는 말일 것이다.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대부분의 담임선생님이 “삼 년만 죽었다고 생각하고 공부해라” 그리고 “대학에 가서 실컷 놀아라”라고 훈화를 한다. 이는 학년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훈화이고 다만 ‘삼년’이라는 세월이 ‘이년’, ‘일년’으로 바뀔 뿐이다. 이러한 말을 고등학교 시절 삼년 동안 귀가 따갑도록 들었으니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대학을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신입생들은 대학에 들어오기 오래 전부터 대학에 들어가면 ‘실컷 놀아야지’라고 생각하며 많은 인고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대학에 들어간 후 놀기 위해서 고등학교 시절에 놀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책과 씨름하며 하나라도 더 암기하려고 노력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대학에서 노는 것이 과거의 고난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요즈음과 같이 원하기만 하면 모두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학을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 아닌가 싶다.

 대학이 의무교육기관이 아니지만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고등학교도 의무교육기관이 아니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적었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경우는 비교적 소수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뚜렷한 목적을 갖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 중에서 가장 큰 부작용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대학은 한자로 大學이라고 하는데 이를 글자 그대로 풀이해보면 ‘크게 배운다’, ‘큰 것을 배운다’는 의미이다. 무엇을 크게 배우는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로서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것이 크게 배우는 것은 아니다. 삶의 의미를 깨우치고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찬 삶인가를 배우는 것이 크게 배우는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는 목적을 속된 표현으로 말하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이다.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물질적으로 궁핍하게 살면서 봉사의 삶을 살다간 성녀인 테레사 수녀나, 자신의 시신마저 기증하고 최근에 원적한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법장스님이 잘 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은 비록 물질을 소유하지 않았지만, 가장 잘 살은 사람들이다.

 요즈음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수능시험이다 수시지원이다 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뚜렷한 목적이 없이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남들이 많이 가려고 하니까’ 소위 좋은 대학이라는 곳을 지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학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에게도 좋은 대학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가장 좋은 대학은 나의 모든 여건과 나의 능력에 적합하고,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잘 배울 수 있는 대학이다.

 대학은 고등학교 시절의 고난을 보상받는 놀이터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보람차게 이끌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며, 보람찬 삶이 무엇인가를 배우는 곳이다. 대학 지원을 앞둔 수험생들‘게 대학과 학과의 선택은 인생에서 큰 물줄기를 선택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선택에서 대학에 왜 가는지 그 이유와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선택하면 보다 현명한 선택이 될 것으로 믿는다.

<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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