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76> 궁합이 참 잘 맞는군요
평설 금병매 <476> 궁합이 참 잘 맞는군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5.09.26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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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맞바람이 불다 <61>

“아직 방사를 안했어요?”

“방사를 하려면 아직 멀었소.”

“어머, 어떡해요? 저는 몇 번이나 정신을 놓았다가 찾았는데요. 구름을 몇 번이나 탔었는데요. 보정환과 보정고의 힘일까요?”

“그럴거요. 이 녀석이 단단해지고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요. 이유야 어떻건 부인이 흡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역시 서문대인의 약은 비싼만큼 제 값을 하는군요. 어떻게 할까요? 마저 방사를 할까요?”

“처사님께서 꼭 그러셔야한다면 몰라도 전 그만하고 싶어요.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버렸어요. 그래도 저만 재미를 보고 말면 안 되니까 알아서 하세요.”

여자는 아무래도 내키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한끼에 밥은 한 그릇이면 족한 법이었다. 한 그릇의 밥을 먹고 배가 부른판에 한 그릇 더 먹으라고 하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부인하고 저하고는 궁합이 참 잘 맞는군요.”

미앙생이 여자의 불씨를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

“아, 맞아요. 처사님의 물건이 제게 아주 잘 맞는 것같아요. 지금껏 수없이 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했지만, 절 진정으로 즐겁게 해준 남자는 처사님이 처음예요.”

“고맙소. 그렇게 말씀해주셔서요.”

미앙생이 잠시 망설이다가 여자의 몸에서 내려왔다. 서문경이 말했었지 않은가? 보정환을 먹고 발기가 되었다고 여자와 잠자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방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일렀었지 않은가? 비록 여자와 살은 섞었지만 방사를 하지 않았으니까, 서문경의 당부를 어긴 것은 아니었다.

“처사님을 종종 뵈러와도 될까요?”

여자가 옷을 챙겨 입으며 물었다.

“글쎄요. 저도 부인이 좋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지 모르겠군요.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스님의 눈도 있고하니, 그만 돌아가시겠습니까?”

“그래야지요. 처사님 덕분에 새로 태어난 기분이예요. 정말 고마워요.”

여자가 깍듯이 인사까지 하고 방을 나갔다.

미앙생의 가슴으로 찌릿한 기운이 흘러갔다. 나이 스물이 채 안되어서부터 청루의 기생을 찾아다녔지만, 살풀이 끝에 여자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건 분명 여자가 그만큼 만족을 느꼈다는 뜻이었다.

‘내 작은 놈으로도 여자를 얼마든지 만족을 시킬 수가 있는데, 구태여 장굉의 대물을 떼어달 필요가 있을까?’

미앙생의 뇌리로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오늘밤의 여자는 특별한 여자가 분명했다. 작은 부지깽이로도 불을 지필 수 있을만큼 불씨가 아궁이의 깊지 않은 곳에 있는 여자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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