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과 함께 하는 소리축제
도민과 함께 하는 소리축제
  • 진봉헌
  • 승인 2005.09.2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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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전주세계소리축제가 26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0월3일까지 화려하게 펼쳐진다. 5회째를 맞이하는 소리축제는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이제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국악인으로서 널리 알려진 안숙선 명창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사실에서도 상징적으로 보여 주듯이, 한국 전통의 판소리를 중심으로 하여 현대와 근대를 아우르고, 동양과 서양을 포용하는 세계인의 소리축제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질책과 비판도 있었다. 소리가 없는 소리축제, 세계가 없는 지방 안방잔치라는 혹평도 받았지만 한해, 두해 거듭하면서 축제의 내용이 충실해져 가고 있다. 시작이 없었다면 이만큼의 성장이 있었을까? 그 동안 마음 고생한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다. 그리고 꾸준히 참여해주고 있는 메니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금부터는 도민들의 차례다. 축제에의 참여가 의무와 책임이 아니라, 전북도민들만의 특권이고 즐거움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주일만 투자한다면 세계의 소리를 만끽할 수 있는 전북도민들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가. 반대로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사실조차 모른채 한해를 보내는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각박하고 삭막한가. 최소한 다음세대인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하루쯤 자녀와 함께 축제에 참여하기를 권하고 싶다. 예술이 함께 하는 인생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행복한 인생을 사는 지름길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예술은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폭력성과 탐욕성, 쾌락주의를 정화해 주는 기능도 한다.

 소리축제에 참여하는 문제는 돈의 여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의 문제이다. 비교적 입장료가 저렴할뿐더러 무료공연중에서도 내용이 알찬 공연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료 공연 중에서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놀이마당에서 오후 4시에 벌어지는 무형문화재 초청공연이나 오후 7시반에 벌어지는 프린지 페스티벌이 짭짤하다. 일요일 오후 8시에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야외공연장에서 벌어지는 희희낙 rock공연도 무료이다.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들려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 밤 선선한 바람만으로도 기분 좋은 날씨도 금상첨화다.

 매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일홀에서 개최되는 오후 2시부터의 판소리 명창명가, 오후 6시의 완창판소리 다섯바탕은 이번 축제의 백미다.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개최되는 5명창의 고음반 감상 및 복원연주도 판소리 메니아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9.28부터 9.30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벌어지는 아시아의 음악공연도 음악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전주 전통문화센타 한벽극장에서 진행되는 전국대학 창극축제도 대학생들에게는 동시대의 젊은 이들이 함께 문화와 예술을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한국소리 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매일 저녁 7시에 펼쳐지는 공연들의 성공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이다. 객석마다 만석이 되어 소리에 흠뻑 빠진 전북이라는 찬사를 듣기를 기대한다. 더 나아가 판소리를 비롯한 우리의 소리음악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외국 음악과의 교류를 통하여 우리의 음악이 더욱 성숙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참여 속에서 기쁨을 느끼고 삶에 신선한 자극을 받는 세계인의 축제가 될 것이다. 설레임으로 내년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축제가 되기를 소망한다.

<전주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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