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78> 눈이 축축한 여자는
평설 금병매 <478> 눈이 축축한 여자는
  • <최정주 글>
  • 승인 2005.09.28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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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맞바람이 불다 <63>

어제밤에 비록 여자 앞에서 단단하게 일어서기는 했지만, 보정환의 약효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가 알고 싶기도 했다.

아무곳이나 몇 장 넘기고 보니, 여자가 말처럼 엎드려 있고, 남자가 바지를 반만 내린채 살풀이를 하는 장면의 그림이 나왔다. 남자는 고개를 쳐들고 울부짖는 모습으로 입을 쩍 벌리고 있었고, 여자가 그런 남자를 돌아보며 황홀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사타구니 사이의 작은 놈이 슬며시 기척을 냈다.

‘흐, 보정환의 약효는 여전하군.’

미앙생이 만족한 웃음을 흘리며 다음장을 넘길 때였다. 밖에서 계셔요, 하고 누군가를 찾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보니, 작달막한 키에 뭉툭한 허리를 가진 여자가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

물기를 촉촉이 머금은 여자의 눈을 보자 미앙생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눈에 물기가 많은 여자일수록 아랫녁에도 물기가 많았다. 그리고 눈이 축축한 여자는 하루라도 남자를 품지 않으면 잠이 들지 못하는 색녀인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여자의 눈 밑은 검으스레했으며 목은 길었다. 한 눈에도 색을 밝히는 여자라는 것이 드러났다.

“누굴 찾으시는지요?”

미앙생의 물음에 목이 긴 여자의 눈이 얼른 사내의 사타구니 사이를 훑었다. 아마 겉으로나마 사내의 물건을 확인해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것이 저...어떤 소문을 듣고 왔는데요.”

미앙생이 어떤 소문이요? 하고 짖궂게 물으려다가 아, 대물을 찾아왔군요?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되물었다.

뻔한 일을 가지고 입씨름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사님이 그분이신가요?”

목이 긴 여자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듯한 눈으로 올려다 보았다.

“대물 주인은 나들이하고 없소.”

“그래요?”

목이 긴 여자가 이내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미앙생은 문득 그 여자를 방으로 불러 들이고 싶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나하고 한판 붙어보면 어떻겠소? 하고 묻고 싶었다. 이 여자는 불씨를 아궁이 어느 곳에 숨겨놓고 있는가 확인해보고 싶었다. 작은 부지깽이가 필요한 여자인가, 길다란 부지깽이가 필요한 여자인가 알아보고 싶었다.

자신의 짧은 부지깽이로도 들쑤셔 살려낼 수 있는 불씨를 가진 여자라면 그 불씨를 살려 활활 태워주고 싶었다. 땡초 말마따나 그것이 보시가 아니겠는가? 색에 굶주려 찾아온 여자에게 살보시를 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직껏 여자와 잠자리를 하면서 살보시를 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미앙생의 뇌리로 엉뚱한 생각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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