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82> 부드러운 살을 느끼자
평설 금병매 <482> 부드러운 살을 느끼자
  • <최정주 글>
  • 승인 2005.10.04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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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맞바람이 불다 <67>

  “아, 안됩니다. 명색이 학문하는 선비 체면에 어찌 벌건 대낮에 그것도 한 여자가 아니라, 세 여자 앞에서 물건 자랑을 하겠습니까? 차라리 은자를 드리겠습니다. 여기 은자 열냥이 들어있는 전대가 있는데 이걸 드리겠습니다.”

미앙생이 당황하여 전대부터 풀어놓고 일어났다. 번데기를 내놓고 여자들에게 망신을 당하느니, 그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었다.

“왜 이러세요? 낯선 남자한테 여자가 이러기는 쉬운 줄 알아요? 은자라면 우리도 있다고 했잖아요? 앉으세요, 앉아.”

처음 말을 걸었던 여자가 미앙생의 허리춤을 붙잡아 앉혔다.

“안됩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미앙생이 다시 몸을 일으키자 이번에도 주저 앉힌 처음 여자가 나머지 두 여자한테 눈짓을 보내며 미앙생을 뒤로 벌렁 눕혔다.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미앙생이 미처 방어할 틈도 없이 정자에 반드시 눕는 꼴이 되었다. 두 여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한 여자는 미앙생의 가슴을 타고 앉고 다른 한 여자는 두 발을 깔고 앉았다.

여자의 엉덩이 부근에서 알싸한 사향냄새가 풍겼다. 그것은 여자가 사타구니 사이에 사향을 뿌렸다는 증거였다. 청루에서 맡을 때는 가슴을 설레게 하던 그 향기조차도 미앙생의 숨을 막히게 했다. 미앙생은 명색이 사내이면서도 계집같은 사내였다. 스물 다섯해 남짓을 살아오면서 또래들과 말다툼 한번 해본 일이 없는 미앙생이었다. 그러니 몸을 쓰는 싸움은 할 줄도 몰랐다. 미앙생이 숨만 꺽꺽 몰아쉬고 있는데 처음의 여자가 바지를 밑으로 내리려고 했다.

“잠깐만요. 잠깐만 기다리시오. 보여 주겠소. 내 스스로 보여줄 것이니, 제발 나를 좀 놓아주시오. 숨을 쉴 수가 없소.”

미앙생이 몸을 틀며 사정했다.

“정말이죠? 정말 처사님의 소물을 보여줄 것이죠?”

처음의 여자가 물었다.

“보여주겠소. 보여줄 것이니, 내 몸에서 내려오시오.”

“만약 딴 수작을 부리면 용서하지 않을거예요. 우린 어차피 체면도 염치도 다 벗어놓은 여자들인거 알죠? 더구나 우린 술을 마셨고, 술은 사람을 용감하게 만든다는 것도 알죠? 여자라고 예외는 아니지요.”

“맞아요. 설마 우리가 처사님을 잡아 먹기야 하겠어요? 그냥 구경만 하자는데 비싸게 굴 것 없잖아요. 대물도 아니라면서...”

엉덩이로 다리를 깔고 앉은 여자가 낄낄 거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정강이 뼈를 깔고 앉은 여자의 사타구니 사이의 부드러운 살을 느끼자 미앙생은 사타구니 사이의 작은 놈이 슬며시 기척을 내는 것을 느꼈다. 번데기가 주름살을 펴며 기지개를 켜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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