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찬 선생의 논술지상 강좌 <17>
최찬 선생의 논술지상 강좌 <17>
  • 승인 2005.10.06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보화 사회의 명암

 ▶논제

 다음 제시문에서 보여 지듯이 정보화 사회는 우리에게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그 변화에 우리가 적응하든 못하든 정보화 사회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현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제시문에서 지적하듯 정보화 사회가 우리에게 긍정적인 측면만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제시문을 참고하여 정보화 사회의 부정적 측면과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시오.  

  ▼제시문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스위치를 켠다. "오늘은 투표일입니다. 잊지 말고 민주 국민의 신성한 한 표를 옳게 행사합시다!" 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모니터에 자막이 나오고, 확성기에서 울려 퍼지는 말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 있을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 그리고 지방 법원과 검찰청, 경찰청장 등 십여 가지 자리를 두고 겨루는 선거에 투표를 시작한다. 밤 열두 시만 되면 모든 투표 결과는 컴퓨터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입력이 끝나면 오늘 수행해야 할 사업 계획을 점검하고, 점심, 저녁 약속을 확인한 다음, 신문을 읽는다. 물론 전자 신문이다. 점심 약속 전에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한 다음, 은행 구좌에서 대금을 치르도록 온라인 처리를 끝내고, 단추를 누른다. 자동문을 나가면 차고 앞에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다. 열쇠가 필요 없는 전자 자동차 문에 카드를 넣고 들어가 앉은 다음 모든 조작은 단추로 하고 시동을 건다. 약속 장소까지 가는 도중에 교통 사정을 알리는 모니터에 맞추어 방향과 도로를 입력시킨 다음 편안히 앉아 컴팩트 디스크의 맑은 음향을 타고 흘러나오는 싱크로 나이즈드 뮤직의 가야금 산조를 들으며 거리를 빠져나간다.

  점심을 마치고는 사무실에 들러 처리할 안건을 입력하고 결제 부호만 눌러 놓고 퇴근한다. 내일 아침 집에서 오늘 결재가 제대로 났는지 만 확인하면 된다.

  아내는 아침부터 오늘 시장 볼 목록을 입력한 다음 은행 구좌와 연결시켜 놓고 역시 투표를 마친다. 그 후 양로원 방문과 새로운 컴퓨터 가정 교육 프로그램 학습을 위해 외출을 한다. 외출 전에 친구와 영상 전화로 통화를 해서 약속을 확인한다.

  국민학교 4학년짜리는 오늘 감기에 걸려 집에서 수업을 받는다. 점심때는 단추만 누르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입력해 놓았고, 약 먹을 시간이 되면 로봇 꿈돌이가 시간을 알려 주고 약을 대령할 것이다. 공부하다 정 지루하면, 가정 극장에 요금을 내고 어린이 공상 과학 영화를 감상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우리는 지금쯤 이 정도의 이야기를 듣고 별로 놀라지 않을 만큼은 정보화의 장래에 대하여 인식을 갖추고 있을 줄 안다. 실은 이보다 훨씬 더 첨단적이고 편리한 삶의 환경이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좋든 싫든 정보 통신 혁명이라는 기술 변동이 가져다 줄 미래의 삶은 이렇게 컴퓨터와 전화와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영상 매체, 이 정보 통신 기술의 삼위 일체가 연출하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게끔 되어있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은 그 사실 자체보다도 이러한 기술 혁신이 가져다 줄 사회의 조직 원리와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다.

  위에서 예시한 내용을 참작하지 않더라도 정보 사회의 일과 일터라는 개념을 우선 생각하게 된다. 아직은 우리 주변에서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정보화가 본격적으로 개시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는 직장이라는 개념에 일대 혁명을 겪을 것이다. 집이 바로 일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직업적 조직체라는 것도 서류상으로는 존재할 터이지만 실제로는 불필요해진다. 일이 '개인화'되기 때문이다.

  공동 작업도 각자 집에서 컴퓨터와 전화와 영상 시설만으로 해낼 수가 있고, 회의도 마찬가지이다. 결재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기다리는 등의 번거로움도 벗어버릴 수가 있다. 조직의 위계 서열과 권위의 집중, 분산 원칙도 바뀔 수밖에 없다. 산업 사회의 관료 체제가 필요로 하였던 조직 원리와는 전혀 다른 원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그것을 수용하였던 대형 건물은 용도를 더 창조적이고 유익한 데로 전환하게 된다.

  이와 같은 추세는 사회의 권력 구조에도 변화를 수반한다. 권력의 집중보다는 분산을 조장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권력의 분산이란 정보의 분산을 전제할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보화의 기술을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정보의 초집중화를 오히려 더 수월하게 만들 수도 있는 법이다.

  산업 사회의 경제적인 힘, 즉 권력은 자본으로 대표되었지만, 정보 사회의 힘의 원천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정보 자체가 된다. 그 정보를 획득, 처리, 소유, 통제할 수 있는 힘이 모든 사회적 결정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보 사회에서는 시민 각자의 사사로운 권리는 침해하기도 쉬워진다. 개인의 인적사항과 가족 사항, 재무 상태, 부동산 소유 등 온갖 정보가 국가와 민간 기업과 기타 사회 조직체들에 의하여 수집, 정리되어 있어서 수시로 이용당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권력까지 겹치면 정보의 집중화는 무서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보화는 사회 계층적 구조를 평준화시킬 소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정보 집중과 통제에 의한 불평등 구조의 첨예화를 부추길 수도 있는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사실 기술 변동이 인간에게 도움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으면서도 그것의 부정적인 효과를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양면성이 여기에서도 첨예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사회가 닥쳐왔을 때, 인간은 어떻게 이에 적응하고 대처할 것인가를 상상해 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실은 여기에도 신중함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정보화는 인간의 두뇌, 즉 소프트웨어가 좌우하는 사회를 가져온다. 그런 만큼 인간의 창의성과 의식이 핵심이 된다. 아울러 일이 개인화되고 분산되기 때문에 개성과 독창성이 중요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전개됨으로써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집합적 목표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가 숙제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마치 기술이 인간을 떠나 생존, 발전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하기 쉬울 정도로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다시 인간에게로 귀착된다.

  기술도 사람이 잘살자고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잘 쓰고 못 쓰고는 인간의 결정에 달려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 낸 기술의 변화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보수성을 보임으로써, 기술 혁신이 가져다 줄 사회 변동에 대처하지 못하는 사이 인간과 사회 제도는 부적응의 병을 앓게 된다.

 정보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분산과 집중, 개인화와 집합화, 평준화와 독점화, 자율화와 강제화, 민주화와 독재화, 사생활 침해와 보호, 복지화와 박탈감 조장 등의 양면적 가능성을 미리 짐작하고, 이에 걸맞는 법제도의 개선, 조직의 개편, 의식의 변화, 가치의 조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정보화의 사회적 충격을 막고 자발적인 복지 사회 건설에 기여하도록 하자면, 하드웨어(기술)의 진전을 앞질러 변신하는 소프트웨어(인간 요소)의 창의적인 사고가 시급하고 긴요하다. -『김경동』

 ▶ 유의사항

 1. 띄어쓰기 포함하여 1,800자 내외(±300)로 쓸 것.

 2.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3. 한 편의 완결된 글이 되도록 할 것.

 4. 맞춤법과 원고지 사용법을 준수할 것.

 5. 답안 내용에 자신의 신분을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을 하지 말 것.

 6.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것.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