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범위
오차범위
  • 김진
  • 승인 2005.10.11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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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일상에서 사는 모습들이 혼돈은 아니지만 꼭 정확한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시간약속을 하고 만나지만 모두의 시계가 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또 몸무게를 재지만 저울마다 차이를 보이고, 키를 재지만 측정기마다 결과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내재되는 오차의 범위, 신뢰도의 한계, 측정의 한계 내에 들어가 있는 사항에 대해 과학적인 정확도를 논하자는 것은 의미가 없겠지만 실생활에서 응용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 오차 범위 내 1위

  우리는 지자제와 총선, 그리고 대선을 나뉘어 실시하다 보니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른다.

  선거를 앞두고 등장하는 것이 각종 여론조사이고, 꼭 선거가 아니더라도 상업적인 투자나 마케팅 차원에서 통계기법을 통한 예측조사는 이제 일반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조사방법은 설문을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한 예측을 발표하게 되는데, 통상 "95%신뢰수준에서 오차 범위 ±3%입니다"라는 식의 발표를 접하게 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오차 범위’란 말 그대로 오차의 최대값과 최소값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선거에 나선 두 명의 후보를 조사한 결과, 1번은 50%, 2번은 45%로 1번이 5%의 차이로 앞선다고 하자. 95% 신뢰 수준이므로 1번은 47.5%~52.5%의 지지를 얻게 되겠지만 오차 범위가 ±3%이므로 이를 다시 계산하면 46%~54%를 얻을 수 있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2번은 41.4%~48.6%의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차 범위 내에서 만약에 1번이 최소치인 47.5%가 나오고, 2번이 최대치인 48.6%를 득표한다면 결과는 뒤바뀔 수 있다.

  그래서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1위이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 생활 속에서의 오차 범위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생활 속에서는 ‘오차 범위’와 관련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주에 야기된 문제만 보더라도 특정 맥주회사의 일부 제품 용량이 들쭉날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640ml의 병맥주가 육안으로 구분될 정도로 양이 다르고 경쟁사의 제품에 비해서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식품위생법에서는 200ml이하에서는 6ml, 그 이상의 용량에서는 3%의 오차를 허용하기 때문에 맥주 한 병에 19ml까지 적게 담아도 위법이나 손해배상의 책임은 없다.

  또 음주운전 단속시 측정기 역시 오차 범위를 가지고 있기에 그 범위를 5%로 인정한 판례에 따라 면허정지 기준은 0.05에서 0.053%로, 면허취소 기준은 0.1에서 0.104%로 조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과속카메라의 오차 범위에 대한 논쟁이다.

  카메라가 차의 속도계와 10%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고 항변하는 운전자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카메라의 오차 범위는 1~3km에 불과하지만 차량들의 속도계는 휠 이나 타이어, 또는 차량의 계기에 따라 10%까지도 오차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카메라에서 찍은 속도가 더 정확하다는 얘기다.

  이틀 전에는 세계최고봉인 에베레스트산의 높이에 대한 중국 국가측량국의 발표가 있었다.

  그동안 8848.13m로 알려진 산의 높이가 3.7m 낮은 8844.43m로 측정되었다는 것이다.

  등반측량과 GPS측정, 삼각측정과 레이더탐측 등을 종합한 결과라고 한다.

  현대적 측정법을 모두 동원하여 8844m43cm까지 측정하였지만 그 역시 ±21cm의 오차 범위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우리의 삶에서 변할 수 없는 절대치를 얘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물에 대한 기준이 그렇다면 형태와 마음과 시간과 공간이 다르고, 사회적 경험을 통한 행동과 의식이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대한 오차 범위는 얼마나 될까?

  내가 아는 것이 있다면 나이를 먹고 경험을 더할수록 수용하는 ‘오차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아마 ‘세월이 약’이듯이 살아가며 세상을 더 배웠기 때문이리라.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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