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멋집] 한정식·전어요리
[맛집·멋집] 한정식·전어요리
  • 승인 2005.10.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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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고가의 한정식 ‘당산마루’

 

 ‘마당으로 들어서는 우리 앞에

 구수한 고향집 분위기가

 주인보다 앞서 나와 맞아주고

 서로가 최고라며 상 가득 기다리는 음식들

 

 맛이 좋아 그릇 비우는 것도 모르고 먹다보니

 주인이 청국장을 다시 내며

 넉넉한 인심까지 권한다.’

 

 시인 윤보영의 시(詩) ‘당산마루’의 일 부분이다.

 

 지은지 150년이 지난 기와집을 음식점으로 개조해 변산반도를 찾는 식객들에게 전라도 대표음식인 ‘한정식’과 부안의 별미인 ‘바지락비빔밥’을 내놓는 ‘당산마루’의 남치풍(57)·김현희(50) 부부.

 개량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이들 부부가 정성껏 한상 가득 준비한 진수성찬을 손님 무릎 앞에 내놓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군침을 삼킨다.

 당산마루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맛과 전래장류로 맛을 낸 깔끔한 음식들, 그리고 당산마루 곳곳에서 나름의 자태를 뽐내는 60∼70년대 생활용품들이 오브제가 되어 식당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시간여행을 즐기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당산마루는 동아(박과의 일년생 풀로 호박과 비슷한 것)를 갈아서 삭힌 뒤 엿기름과 물엿을 혼합해 태양초 고춧가루를 섞어 빗어낸 ‘동아고추장’과 이것으로 조리한 다양한 음식들이다.

 남치풍·김현희 부부는 당산마루를 찾는 이들에게 전라도 음식의 참맛과 고풍스런 멋을 선사하는데 번거로운 조리과정을 오히려 즐긴다.

 여기에 10월 제철을 맞은 전어로 요리한 전어회무침, 전어구이들을 곁들일라치면 ‘입안의 풍요가 이것이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당산마루는 음식에 사용하는 청국장과 된장, 간장 등 갖은 장류를 직접 담근다. 오래 묵은 간장은 단맛이 날 절도로 잘 숙성돼 간장만 넣어도 그 맛이 빼어나다. 더욱이 이들 부부가 직접 기른 동아로 담근 ‘동아고추장’은 당산마루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미다.

 부안군청 근처에 위치한 당산마루는 마당에서부터 멋스러움에 취하게 하는 곳이다.

 허리를 잔뜩 휘어 인사하는 듯한 소나무와 그 밑에서 소박한 자태를 뽐내는 야생화들. 그리고 60∼70년대 어릴적 사용했던 각종 생활용품과 가구들이 세월의 무게를 끌어안은 채 건물 안팎에서 고풍스러움을 발산하며 정겨움마저 들게 한다.

 당산마루는 세 가지를 취하게 하는 곳이다.

 눈을 취하게 하고, 입을 취하게 하고, 마음을 취하게 한다.  

 ▲ 전어요리

 가을의 황태자로 일어지는 ‘가을전어’.

 양식어종이 흔한 요즘 제철이 아니고선 먹기 힘든 것이 전어다. 매년 10∼11월이면 전어 주산지인 부안 등 서해안 일대에서는 전어축제가 열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전어를 먹는 방법은 회와 구이, 무침 등이 주종을 이룬다. 전어회는 작은 고기의 경우 뼈채 어슷어슷 두툼하게 써는 등뼈썰기를 해서 먹으며, 큰 고기는 등뼈를 발라낸 다음 수평으로 길게 채 썰어 먹으면 제 맛이다.

 전어구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소금을 적당히 뿌려 가며 기름이 지글지글할 때까지 숯불에 충분히 구운 후 머리와 내장까지 다 먹을 수 있다. 또 잘게 채 썬 전어회를 갖은 채소와 양념에 버무린 전어 초무침도 전어요리 중 빼놓을 수 없다.

 뼈채 썬 전어지만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져 먹는데 전혀 껄끄러움이 없는 게 전어의 특징이다.

 부안=방선동기자

 사진=신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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