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지휘’ 사태에 대한 평가
‘수사권 지휘’ 사태에 대한 평가
  • 진봉헌
  • 승인 2005.10.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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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강정구 교수 구속 여부와 관련하여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권한행사는 정당한가를 놓고 국민들 사이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건국이후 처음 있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이므로 국민들이 비상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므로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려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천장관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인권옹호와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수사권지휘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연 누가 옳은가. 대부분의 사안에서 그랬듯이 양비론이 우세하다가 망각 속으로 사리지지는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이는 국민적 비극이다. 잘못된 학생을 훈계하지 못하는 부모와 교사는 더 큰 화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일보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엄정한 평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거취문제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라는 설문에 대하여 총투표자 9,923명 중에서 78.8%인 7,805명이 사퇴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국민 대다수가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잘못됐다고 평가하는 셈이다. 일본에서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여론에 부딪쳐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내각이 총사퇴하였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최소한 천장관이라도 사퇴하여야 한다고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개인의 인권을 옹호하고 말로만 있는 불구속재판의 원칙을 관철시키는 획기적인 계기를 만들려는 천장관의 용단을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왜 비난하는가. 만약 누군가가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 불평한다면 이렇게 소박하게 물어보고 있다.

앞으로 법무부 장관은 수백만건이 넘는 사건들을 일일이 검토하여 억울한 사람들에 대하여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것인가. 그리고 천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계기로 불구속재판의 원칙이 확립될 것인가.

 재판은 말 그대로 판사가 하는 것이다. 불구속재판의 원칙이 말만 무성하지 실제로는 구속재판이 원칙인 것처럼 운영된다면 판사들이 대오각성할 문제이지 법무부 장관이 나설 일은 아니다.

 법무부장관은 행정부 소속의 정무직이고 검사가 아니다. 이에 반하여 검사는 비록 행정부 소속이기는 하나 검찰권 행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준사법기관으로 기능하도록 검찰청법이 규정하고 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전국의 검사들이 상명하복관계로 검찰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하에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행사는 편파적이고 외부의 압력이 가해지는 통로가 될 수 밖에 없다. 수사를 하지 않아 사건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내용만 알 고 있는 법무부장관이 특정사건에 관여하는 순간 다른 사건들과 비교하여 편파적일 수 밖에 없다. 왜 그 사건에만 관여하는지 이유와 기준이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영향력이다. 검찰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위하여 가장 강력하게 견제하여야 할 집단은 정치권인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권 행사에 관여한다면 검찰권은 정치권의 수중에 들어가게 된다. 검찰총장의 임기제까지 두면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정치권의 부패와 권한남용은 누가 막는가.

 천장관은 자신의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를 권고한다. 두번 다시 수사권지휘가 발동되어서는 안된다는 민심이 천심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전주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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