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쭉정이 ‘정보공개’
빈 쭉정이 ‘정보공개’
  • 서영복
  • 승인 2005.11.0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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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치병 환자들이 바짝 소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어느 미래 예측서는 눈멀고 귀먹은 이들도 머잖아 빛과 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는 생명의학에 기대해서다. 우리의 행정, 특히 각 지방정부도 그렇게 건강을 바라볼 수 있는 걸까?

이 순간에도 정부는 투명성 제고를 부르짖고 있다. 정관계 선소리꾼들의 노래 메기는 소리가 떠들썩하다. 그들의 선창에, 국민은 뒷소리로 호응해보다가도 이내 시들해진다. 정치 행정인들의 말과 행동이 가을 들판 빈 쭉정이들 같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의 현실

지방정부만 해도 ‘주민과 함께 하는 행정’을 내세운다. 그러면서도 행정정보를 주고 받으려 하지 않는다. 전북도와 각 시군의 홈페이지들도, 정보공개와 정보공표 면에서 이 같은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북도의 경우, 각 부서별 정보공개 목록과 행정정보 공표목록이 접근성 면에서 좋다. 그 대부분이 최근 자료여서 아쉽긴 하다. 수시공표 목록 중, 각 위원회 관련 내용 등도 미흡하다. 음란사이트 광고나 그 자동연결은 관리소홀이다. 각종 용역발주 계획 등에 관한 정보공표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전주시의 경우, 행정정보 공개 담당자들을 밝히고 있다. 정보공개제도 설명 페이지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의무’를 분명히 하고, 정보공개 업무편람을 일반인들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군산시는 정보공개 자체 노력 없이 ‘전자정부’ 인터넷 정보공개 페이지로 바로 연결해놓고 있다. 자발적 정보공표는 물론이고 주민생활 밀접 정보의 공개목록이나 비공개 기준 명시는 아예 없다. 익산시 역시 이와 별 차이가 없다.

정읍시의 경우, 행정정보공표 페이지가 인터넷 정보공개와 별개로 구성되어 있긴 하다. ‘수시목록’은 행자부에서 정보공개 운영실태를 평가한 지난 7월 이후의 정보가 없을 만큼 부실하다. 남원시에서는, 인터넷 정보공개 신청도 안 된다. 전체적으로 알아보기도 힘들며 정보공개 청구양식도 게시하지 않고 있다.

김제시 또한 정보공개 페이지조차 만들어 놓고 있질 않다. 완주군도 행정정보란에 제도 취지와는 약간 다른 관련정보만 싣고 있을 뿐이다. 진안군은 사이버민원실로 직행한다. 정보공개는 민원사항이 아니라 스스로의 법적 의무다.

무주군의 경우, 정보공개 페이지는 있으나, 다른 기관의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민원신청과 다른 정보공개 청구는 어디서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장수군과 부안군의 경우, 곧바로 전자정부 페이지로 이동하면 되돌아 올 길도 없다.

임실군에는 정보공개 편람 파일 하나, 정보공개 목록 하나가 고작이다. 순창군의 경우, 해당 내용은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고창군은 정보공개 상담위원의 인적사항과 상담일을 표시해 놓은 점이 그래도 신선하다.

선거 때 보자

이렇게, 전북도와 전주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군이 정보공개 페이지 구성도 제대로 안 되어 있다. 도로 뚫고 기업 유치하면 그만이 아니다. 행정정보 관련 ‘인프라’와 그 운영에 소홀해서는, ‘탈(脫) 낙후’ 위한 지역사회 개발 몸부림도 말짱 헛거다.

각 기관 홈페이지에 대한 주민들의 정보 접근성과 충실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다. 지방선거부터 언론과 시민사회는 두눈 부릅뜨고 각 기관의 정보공개와 정보공표 실적에도 주목할 것으로 믿는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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